최대 수조원 손실이 예상되는 홍콩 H지수 ELS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카드사와 캐피탈사에 예상치 못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ELS를 판매하며 모은 돈으로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채권을 사들였는데, ELS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채권시장으로 그 여파가 번질 수 있다는 겁니다.
서형교 기자입니다.
<기자>
주가연계증권(ELS)을 포함한 파생결합증권 발행 자금은 약 96조원(6월 말 기준).
증권사들은 이 돈으로 주로 채권을 사들이는데, 이중 6조원이 여신전문채권에 투자되고 있습니다.
여전채는 카드사와 캐피탈사가 발행한 채권으로,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고 시장에서 사고팔기 쉬워 증권사들이 선호하는 자산으로 꼽힙니다.
문제는 내년 홍콩 H지수와 연계된 ELS가 조 단위 손실을 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겁니다.
ELS 판매가 줄어들면 증권사들은 여전채를 덜 살 수밖에 없고, 심할 경우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채권마저 팔아야 합니다.
결과적으로 카드사와 캐피탈사들은 채권을 발행할 때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됩니다.
[윤원태 / SK증권 연구원 : 내년에 (ELS) 상환이 되면 재투자가 안 되고, 재투자가 안 되면 그나마 있던 여전채 매수세도 더 줄어들 수 있어서, 매수 여력도 그렇고 특히나 A급 여전채 같은 경우에는 투자심리 개선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됩니다.]
과거 2015년에도 홍콩 H지수가 급락하면서 ELS 손실 우려가 커졌는데, 이듬해인 2016년에는 ELS 발행액이 전년 대비 반 토막났습니다.
내년에도 원금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이 ELS에 재투자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또 금융당국이 ELS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압박하는 점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복현 / 금융감독원장 : 노후자금을 갖고 신뢰와 권위의 상징인 은행 창구로 찾아오는 소비자들께 어떻게 조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은행 측에서도 진지하게 적합성 원칙 등 소비자보호의 대전제에 비춰서 고민을 해보실 필요가 있고…]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은 H지수 연계 ELS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같은 'ELS 나비효과'로 카드·캐피탈업계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소상공인과 부동산 PF 시장으로까지 여파가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선제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경제TV 서형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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