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6일) 부로 정부가 공매도 전격 금지를 결정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역사상 네 번째 결정이었죠. 그 사이 금지 효과는 어땠고, 주가는 또 어떻게 움직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간 주가는 어떻게 움직였습니까?
<기자>
증권가에서는 거래 금지 당시 잔고 비율이 높았던 종목들을 눈여겨 보라는 조언이 있었죠. 유가증권시장의 호텔신라나 코스닥의 에코프로, 엘앤에프, HLB 등이 대표적인대요. 호텔신라는 소폭 하락했고요. HLB는 10%대, 엘앤에프는 25% 넘는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하나증권은 "공매도 금지 조치가 증시의 하방을 지지해 주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전반적인 잔고 역시 줄어들었습니다. 코스피 코스닥 각각 잔고 상위 종목들을 살펴본 결과인데요. 코스피 5개, 코스닥 10개를 제외하면 일제히 공매도 잔고가 감소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나 HMM의 경우는 각각 380만 주, 230만 주에 달하는 잔고가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됩니다.
다만 지난 4일 기준 에코프로비엠에는 1조 8천억 원이 넘는 공매도 잔고가 쌓여있습니다. 코스닥은 물론 코스피를 합쳐서 따져봐도 가장 많은 금액입니다. 물량으로는 560만 주에 달하고요.
<앵커>
공매도가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투자자들 원성이 컸죠. 불법 공매도를 원천 차단하고,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를 해결하고자 꺼낸 카드가 공매도 금지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는 오히려 늘었나 보군요?
<기자>
공매도 거래 전면 금지가 시작된 지난달 6일 에코프로비엠의 공매도 잔고는 14만 주 넘게 줄었습니다. 숏커버링, 그러니까 공매도를 위해 빌려놨던 주식을 갚으려는 움직임이었던 걸로 추정되죠. 다만 효과는 잠시였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이후 공매도 잔고량이나 금액이 차곡차곡 쌓여간 거죠.
지난달 21일 기준으로는 잔고 수량이 역대 최고치를 넘어섰습니다. 기존 기록은 지난해 12월 28일 533만 주였는데요. 이후에도 증가세를 더하면서 수량이나 금액 모두 신기록을 다시 쓰고 있는 겁니다. 공매도 거래가 금지됨으로써 잔고가 줄어들거나 유지되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는 아이러니가 생긴 상황인 거죠.
금지 시작 당일 상한가를 기록했던 에코프로비엠은 어제 종가가 2천 원 높습니다. 반짝 효과 이후 제자리로 돌아온 셈인데요. 공매도 잔고 대량보유자는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UBSAG, 제이피모간 등으로 지난 6일과 변함이 없는 걸로 확인됩니다.
<앵커>
앞서 유동성 공급을 위해서 시장조성자나 유동성공급자는 공매도 금지 조치에서 제외했죠. 한편에선 일련의 공매도 제도 개선 작업이 속도를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한동안 현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겠군요?
<기자>
말씀대로 시장조성자와 유동성공급자들은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적용 대상에서 빠졌죠. 이들이 투자자들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서 매수 주문을 내면 자동적으로 연관된 종목에 공매도 주문이 따라붙습니다. 때문에 비단 에코프로비엠 뿐 아니라 다른 종목에도 일정 부분의 공매도 거래는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거죠.
에코프로비엠 외에도 포스코DX나 현대바이오, 포스코퓨처엠 등도 공매도 잔고가 늘었습니다. 가장 많이 증가한 포스코DX는 100만 주 이상으로 확인되고요. 주로 2차전지 관련 업종인 점이 눈에 띄죠. 아직 공매도 제도 개선 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만큼, 상환 기간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주가가 내릴 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앞서 지난달 말 당정이 내놓은 공매도 개선안은 대차 거래 상환기간과 대주담보비율에서 개인과 기관의 차별을 없애는 방향이 골자인데요. 다만 제도 개선이 연내 이뤄질지는 불투명합니다. 당장 자본시장법 개정안 논의를 위한 정무위 법안소위가 심사를 보류했죠. 개선 방향에 대해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여전한 상황이어서 뾰족한 해법을 마련하기가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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