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한 치안 악화로 몸살을 앓는 남미 에콰도르에서 국가 주요 기관의 구성원이 대거 연루된 부패 의혹이 터졌다.
에콰도르 검찰은 '사상 최대 규모 비위 수사'라고 규정한 이번 사건에서 지금까지 20여명을 무더기로 체포하고 10여명을 추가 조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디아나 살라자르 에콰도르 검찰총장은 14일(현지시간) 검찰청 공식 유튜브에 공개된 3분 55초 분량 대국민 성명 동영상을 통해 '암세포 전이 사건'으로 명명한 부패 사건 수사 상황을 직접 발표했다.
살리자르 검찰총장은 성명에서 "마약밀매 집단이 불법 자금을 바탕으로 국가 시스템을 장악해 정치 영역과 사법 분야에 개입한 혐의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900여명의 수사관과 경찰이 전국 75곳 이상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며 마약밀매 집단과 연계된 부정부패 수사 규모 면에서는 이번이 에콰도르 역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압수수색은 이날 새벽 산토도밍고, 침보라소, 코토팍시, 과야스, 피친차, 마나비 등 6개 주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압수수색 대상지에는 법원, 검찰청, 교도소 등까지 포함됐다.
경찰과 검찰은 또 지금까지 30여명을 수상 대상에 올렸고, 이 중 29명을 체포해 구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금된 사람 중에는 윌만 테란 사법위원회 위원장(전 대법관)이 껴 있다고 살라자르 검찰총장은 밝혔다. 이름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사법위원회는 연방대법원을 제외한 사법부 소속기관에 대한 행정, 감독, 징계 기능을 가진 핵심 기관이다.
검찰은 또 전·현직 판사, 검사, 경찰관, 교도관도 체포했다고 덧붙였다. 행정기관 공무원도 다수 구금했다.
살라자르 검찰총장은 "(공무원들은) 부패라는 암 덩어리로 점철된 시스템하에서 부적절한 이득을 얻기 위해 부패한 관료를 요소요소에 배치했다"며 "이번 수사 과정은 마약 밀매범들이 각종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도 어떻게 처벌을 피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엑스레이"라고 설명했다.
에콰도르 검찰은 지난해 10월 교도소 내 총격전 끝에 숨진 마약 밀매집단의 레안드로 노레로 살해 사건 수사를 시작으로 공무원들의 대규모 부패 의혹 실마리를 잡았다.
에콰도르 사업가였던 노레로는 수백억 규모 돈세탁 범죄를 저지른 죄로 2022년 5월부터 수감돼 있었다.
그는 "2020년 코로나19로 사망했다"는 변호사들의 거짓 정보로 자신의 신원을 숨긴 뒤 대담하게 범죄 행각을 이어온 것으로 악명 높다.
한때 남미 국가 중에서도 안정적인 치안과 경제 발전으로 주목받던 에콰도르는 최근 유럽과 미국으로 향하는 마약 밀매 통로로 악용되면서, 카르텔 등과 연관된 각종 강력 사건이 지속해서 보고된 바 있다.
지난해 살인 범죄율은 10만명 당 25.9명으로, 중남미·카리브해 내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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