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능력평가 16위의 상장 건설사, 태영건설이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습니다.
그동안 꾸준하게 제기돼 온, '부동산 PF 위기론'이 현실이 되면서, 건설업계를 넘어, 금융권 전반에 작지 않은 파장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도 발 빠르게, 시장의 동요를 막기 위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취재기자와 자세히 분석해 보겠습니다. 부동산부 양현주 기자 나왔습니다.
양 기자, 태영건설을 둘러싼 위기설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돌았는데, 결국 무너졌습니다. 결정적인 게 부동산 PF, 그중에서 이자가 비싼 브릿지론이라고요.
<기자>
네. '부실PF', 'PF발 경제위기'라는 이야기 연초부터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배경을 이해하려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즉 부동산PF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부동산PF는 금융사가 신용도와 담보 대신 사업 계획과 향후 수익성을 보고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법을 말합니다.
브릿지론과 본PF 순서로 구성이 되는데요.
착공 전 땅을 매입하는 등의 용도로 증권사나 제2금융권에 고금리로 '브릿지론'을 실행하고, 이후 인허가 등이 완료되면 금리가 낮은 본PF로 갈아탑니다.
이때 시행사가 PF대출을 받고, 시공사가 신용보증을 서는 게 일반적인 형태입니다.
안정적으로 브릿지론에서 본PF로 갈아타면 상관없지만,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문제가 됩니다.
높은 대출금리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앵커>
태영건설은 업계 16위의 상장 건설사입니다.
결국 워크아웃을 신청했다는 건 버는 돈으로 이자를 낼 수 없었기 때문인데, 사태를 이렇게 악화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태영건설이 오늘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에는 성수동에 위치한 오피스 개발사업이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480억 원 규모의 PF 보증을 선 사업인데, 대출 상환일이 바로 오늘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미 착공에 들어갔어야 했지만 부동산 침체기를 맞으며 사업이 지지부진해졌습니다.
이에 태영건설이 당초 18일 상환일을 지키지 못해 대주단이 열흘 가량 만기를 연장해 줬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자 워크아웃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태영건설과 지주사인 TY홀딩스는 계열사 매각, 담보대출 등을 통해 1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하긴 했지만, 오늘 대출 상환을 하더라도 줄줄이 다가오는 대출 만기를 더이상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당장 이달에만 3,956억 원, 내년에는 3조 원 규모의 PF 대출 만기가 돌아옵니다.
실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이 0.8 수준인데, 이 말은 즉 번 돈을 모두 넣어도 이자의 80%만 갚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당장 다음 달 3일 산업은행 주도로 열리는 채권자협의회가 예정돼 있습니다.
산업은행 입장이 상당히 강경하다고 들었는데, 결국 워크아웃 여부는 태영건설이 들고 오는 자구안에 따라 갈리겠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워크아웃이 진행될지 여부는 채권단 손에 달렸습니다.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해야 워크아웃이 개시되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오늘 브리핑을 통해 워크아웃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 채권단을 설득할 고강도 고통분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는데요.
대주주의 사재출연, SBS 지분 담보 제출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워크아웃이 예정대로 개시된다면, 태영건설의 PF사업장 60곳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됩니다.
정부는 사업 진행이 어려운 곳의 경우 시공사 교체 혹은 매각을 진행한다는 방침입니다.
업계는 사업장 매각 이후엔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 전망합니다.
<앵커>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두고 전문가들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금융시장으로의 부실 전이 가능성입니다.
이번 사태가 태영건설만의 문제로 끝날지, 아니면 과거 저축은행 사태 같은 경제 위기로 번질지는 결국 금융시장 안정에 달렸다는 겁니다.
정부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시장 충격은 없다고 단언했지만,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서형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태영건설의 올해 3분기 말 순차입금은 1조 9,300억 원.
산업은행과 시중은행들이 가장 많은 돈을 빌려줬지만, 문제는 2금융권입니다.
은행들은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어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만,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업권은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부동산 PF 부실이 연쇄적으로 터질 수 있다는 겁니다.
PF 사업에 돈을 대는 금융회사들 입장에선 앞으로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고, 본격적인 PF 구조조정이 시작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A증권사 PF본부장 : 채권단 입장에서는 이렇게 한 번 터져버리면 (심리가) 위축돼서 신규 (PF 사업을) 안 하려고 할 거고, 이렇게 위축된 상황에서 PF가 안 되면 결국 브릿지론 부실로 계속 이어지는 것이어서 이제 악순환만 계속될 것 같아요.]
특히 건설·부동산 관련 대출이 많은 2금융권의 위기감이 큰 상황입니다.
전체 기업대출에서 건설·부동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은행이 47.4%, 은행(24.0%)의 두 배 수준이었습니다.
일각에선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자금시장 경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당시 여전채 금리는 순식간에 6%대까지 치솟으면서 2금융권의 유동성 위기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B운용사 채권운용부서장 : 크레딧은 연말이라서 거래가 없고 연초 돼봐야 알 것 같습니다. 건설이나 이런 쪽 업종 기피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레고랜드 사태와 같은 시장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레고랜드 사태는 금리 상승기에 발생했고 예상치 못한 이벤트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겁니다.
[김주현 / 금융위원장 : 작년 레고랜드 사태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안정된 국내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슬기롭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85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대책을 만들어놨다”면서 “필요 시 지원 규모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결국 관건은 태영건설 외 다른 건설사들과 PF 사업장으로 부실이 전이되는지에 달려 있어,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국경제TV 서형교입니다.
<기자>
리포트 내용처럼 당국은 최대한 연착륙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PF 사업장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면서 건설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태영건설은 워크아웃 신청 이후 신용등급이 급하강했는데, 이런 분위기가 금융권의 유동성 공급 축소로 이어져 단기 자금조달 시장이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시공능력 상위 50위권 건설사들 회사채 규모는 약 2조 3,700억 원에 달합니다.
만일 금융권의 자금 회수 요구가 높아지게 되면 부채비율이 높은 건설사 위주로 내년 상반기 또다른 워크아웃, 법정관리 신청이 생겨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연준이 내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우리나라 금리 인하 시기는 하반기나 돼야 하고, 내린다고 하더라도 상당한 수준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건설업은 후방연쇄효과가 큰 업종이기에, 향후 실물경제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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