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 대상이자 중국의 거의 유일한 반도체 노광장비 제작사인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上海微電子裝備)가 28나노(㎚, 10억분의 1m) 노광 장비를 개발한 사실이 공식 발표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1일 보도했다.
SMEE의 후원사인 상하이장장그룹은 지난주 위챗 계정에서 SMEE가 중국 첫 28나노 노광장비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는 SMEE의 28나노 노광장비 개발에 대한 첫 공식 확인이지만, 이에 대한 중국 매체들의 보도는 검열됐다고 SCMP는 전했다.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에 네덜란드와 일본까지 합류해 중국이 첨단 반도체 장비를 구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SMEE가 반도체 장비 자급으로의 길을 튼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네덜란드 기업 ASML이 세계 노광장비 시장을 거의 독점한 상황이다. 노광장비는 극자외선(EUV) 등 빛을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비춰 미세한 회로를 새겨넣을 때 쓴다.
미세 공정 시대에 접어들며 반도체 산업에서 최첨단 노광장비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데, 7나노 이하 미세공정 반도체 제품을 생산하려면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 노광장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14나노 이하를 미세 공정으로, 그 이상을 성숙 공정으로 구분한다.
SMEE가 개발한 노광장비는 ASML의 EUV 노광장비에 한참 뒤처져있지만, 중국이 반도체 성숙 공정에 집중하고 있어 28나노 노광장비의 개발은 중요한 성취라고 SCMP는 진단했다.
한편 지난주 미국 상무부는 자국 기업의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 등 중국의 범용 반도체 생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앞서 미국 하원의 미중전략경쟁특위는 지난 12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중국이 범용 반도체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시급히 행동해야 한다"며 상무부가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것을 권고했다.
SCMP는 미국의 규제 강화로 중국 반도체 업계가 올해 힘든 한 해를 보냈지만, 오히려 규제 때문에 중국 반도체 자립을 위한 노력을 새롭게 다지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 화웨이가 미국 제재 와중에도 지난 8월 말 자국산 7나노 프로세서를 탑재한 최신 스마트폰을 출시한 것도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SCMP는 "업계 관계자들은 미국의 제재로 지금까지 외국산 장비가 장악했던 중국 웨이퍼 공장에서 중국 장비 업체들이 자사 장비를 인증받을 드문 기회를 얻고 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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