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손실 폭탄 터지나…상반기만 10조

입력 2024-01-07 20:27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만기가 이달부터 돌아오면서 실제 투자자 손실 사례와 규모가 점차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는 10조 원이 넘는다.

금융감독원은 8일부터 홍콩H지수 연계 ELS 주요 판매사 12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KB·NH·키움·신한투자증권)에 대해 순차 현장검사를 시작한다.

업권별 최대 판매사인 KB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을 시작으로 이달 중 나머지 10개 판매사에 대해서도 검사를 실시한다. 특히 국민은행,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분쟁민원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위한 민원 조사도 동시에 진행한다.


금감원은 현장검사를 통해 H지수 ELS 판매와 관련한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등 위법사항을 확인하는 대로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특히 은행권은 2019년 DLF 등 사모펀드 사태 이후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ELS 같은 고난도 금융상품의 신탁판매 허용을 요청했던 점을 고려해 고객 이익을 고려하지 않은 영업 행태로 인한 위법 사항이 확인될 경우 엄중히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의 현장 조사 결과 KB국민은행은 지수 변동성이 30% 이상이면 ELS 상품 판매 목표금액의 50%만 판매한다는 기존 규정을 80%로 무리하게 바꾸면서 영업우선정책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은행 핵심성과지표(KPI) 총점 1천점 중 고위험 ELS나 주가 연계 신탁(ELT)과 직접·간접적으로 연계되는 점수 비중이 30∼40%로 높아 직원들에게 ELS 판매 확대를 유도한 정황도 파악됐다.

국민은행은 고객 수익률을 KPI에 반영하면서, ELS가 손실 구간에 있더라도 고객이 환매를 신청하지 않으면 조기상환한 사례와 마찬가지로 쿠폰 수익률을 그대로 인정했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은행 직원이 ELS를 많이 판매할 유인이 생기고, 고객이 중도해지를 요청했을 때도 해주지 않은 사례가 생겼다고 금감원은 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11월 기준 금융권의 홍콩 H지수 ELS 총 판매잔액은 19조3천억원이다. 이중 은행이 15조9천억원(24만8천계좌), 증권이 3조4천억원(15만5천계좌)을 판매했다.

대부분이 개인투자자(17조7천억원·91.4%)에 판매됐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 투자자 수는 8만6만 계좌(21.6%), 금액으로는 5.4조원(30.5%)에 달한다. 과거 파생결합증권 투자 경험이 없는 투자자 비중은 계좌 수 기준 8.6%다.

이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규모는 전체 잔액의 79.6%인 15조4천억원이고, 1분기 3조9천억원(20.4%), 2분기 6조3천억원(32.3%) 등으로 올해 상반기 만기가 집중됐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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