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거센 후폭풍을 맞게 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유럽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에 "합의된 것은 없다"면서도 "어떤 것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여지를 남겼다.
이 발언이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게 하려면 레드라인인 우크라이나 파병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되면서 파문이 확산했다.
우크라이나의 유럽, 북미 동맹국은 전쟁 발발 이후 줄곧 우크라이나군이 스스로 방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되 직접 개입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벗어나지 않았다. 유럽 군대와 러시아 군대가 직접 대치할 경우 유럽 전체가 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크고 특히 유럽 대륙 유일의 핵보유국인 프랑스와 핵무장 강대국인 러시아 간 대치 국면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반대해 온 것도 '나토 대 러시아' 구도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너무 일찍 나토에 가입하면 제3차 세계대전이 시작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동맹 사이의 금기를 깬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유럽 각국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독일,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스웨덴, 폴란드, 체코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물론 나토 사무총장과 미국까지 나서 우크라이나에 파병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프랑스 야권마저 마크롱 대통령이 "어리석은 짓을 했다"며 십자 포화를 퍼부었다.
현지 일간 르파리지앵은 마크롱 대통령의 문제의 발언이 3년 차로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에 변화를 꾀함과 동시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그의 승리를 막겠다는 동맹국의 결의를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과 해결사 역할을 자처함으로써 유럽 내 프랑스의 입지를 더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 깔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AFP통신은 "몇 년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최고 중재자로 역할 하려 했던 마크롱 대통령에겐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해설했다.
파리정치대학의 베르트랑 바디 명예교수는 "그는 자신을 유럽 방위 프로젝트의 리더로 내세우고 싶어 한다"며 이번 발언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르파리지앵에 말했다.
알렉산드르 가부예프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장은 AFP통신에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의 스탠스를 강화하려는 발언"이라면서도 "푸틴을 협상장으로 밀어붙이기 위한 전략적 모호성의 형태같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제라르 아로 전 고위 외교관은 프랑스 싱크탱크 국제관계연구소(IFRI)에서 "모든 유럽 국가가 자국의 방어는 나토와 미국 동맹국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프랑스는 외톨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2년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을 바꾸기 위해 유럽이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한편에서 제기된다고 일간 르피가로는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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