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 가계대출이 지난달 7천억원 늘어나는 데 그쳐 증가세가 주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달 28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6조371억원으로 지난 1월 말(695조3천143억원)보다 7천228억원 늘었다.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연속 증가세다.
29일 수치가 빠져있기는 하지만, 월간 증가 폭은 1월(2조9천49억원)보다 축소됐으며 지난해 6월(6천332억원)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작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종류별로는,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둔화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조1천744억원(534조3천251억원→536조4천995억원) 늘었는데, 증가 폭이 지난 1월(4조4천329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신용대출 역시 1조954억원 줄어들면서,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한 것은 고금리 속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대출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주요 은행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인위적으로 대출금리를 올린 탓에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9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금리를 각각 0.05∼0.20%포인트(p) 인상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상품별로 0.10∼0.30%p, 국민은행도 지난달 29일 비대면 주담대 혼합형 상품 금리를 0.04%p 올렸다.
일부 은행이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리면서, 실제로 최근 은행권 대출금리는 지표금리보다 더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29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450∼5.840%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1월 31일(연 3.300∼5.785%)과 비교해 하단이 0.150%p 오른 셈인데,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 금리 상승 폭(+0.096%p)보다 컸다.
4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연 4.110∼7.034%) 한 달 전(연 4.000∼6.653%)과 비교해 상단과 하단이 각 0.381%p, 0.110%p 높아졌다.
같은 기간 변동금리 대출의 주요 지표금리인 코픽스(COFIX) 금리가 0.18%p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들의 금리 인상 폭이 지표금리 하락 폭보다 컸다는 뜻이다.
은행들이 코픽스나 은행채 등 지표금리 흐름과 상관없이 가산금리를 더하거나 우대금리를 깎아 금리를 인상한 것은,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한 '갈아타기 대출' 유치 경쟁 등으로 연초부터 가계대출이 적지 않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지난달 20일 '가계부채 리스크 점검 회의'에서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과도한 금융회사 등에 대해서는 자체 관리 방안 등을 신속히 협의해나갈 방침"이라며 금융권을 압박했다.
지난주부터 은행권에서 스트레스 DSR도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대출 한도도 줄었다. 은행권은 지난달 26일부터 일제히 새로 취급하는 주택담보(오피스텔 포함) 가계대출의 DSR을 '스트레스 금리' 기준으로 산출한다.
DSR은 대출받는 사람의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부담이 소득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해당 대출자가 한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은행권의 경우 대출자의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 안에서만 대출을 내줄 수 있다.
'스트레스 DSR' 체계에서는 실제 금리에 향후 잠재적 인상 폭까지 더한 더 높은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기준으로 DSR을 따지게 되는데, 이 때문에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은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추고 있고 국내에서는 고금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모습"이라며 "특례보금자리론 종료와 스트레스 DSR 등 정부 정책이 더해지면서 당분간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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