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주도한 천재과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 영화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주요 상을 수상했다.
한국계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후보에는 올랐지만 아쉽게도 상을 받지는 못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에서 열린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펜하이머'는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한 7개 부문을 수상해 올해 시상식의 최다 수상작이 됐다.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이 '오펜하이머'에 돌아갔다.
'오펜하이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맨해튼 프로젝트를 이끈 오펜하이머의 삶을 그린 전기 영화로, 전 세계적으로 흥행함과 동시에 평단의 호평도 얻어 올해 아카데미상을 휩쓸 유력 후보로 일찌감치 점쳐졌다. 총 13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을 정도다.
놀런 감독이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덩케르크'(2017), '인터스텔라'(2014),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 '인셉션'(2010), '다크 나이트'(2008), '배트맨 비긴즈'(2005) 등 흥행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내놓았지만 상복은 없어 '무관의 제왕'으로 불렸다.
남우주연상도 오펜하이머의 천재성과 인간적 고뇌를 생동감 있게 그려낸 '오펜하이머'의 킬리언 머피에게 돌아갔다.
여우주연상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가여운 것들'에서 여자 프랑켄슈타인으로 혼신의 연기를 펼친 에마 스톤이 받았다. 그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은 이번이 두 번째다. 그는 '라라랜드'(2016)로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여우조연상은 '바튼 아카데미'에서 미국 명문고 주방장을 연기한 더바인 조이 랜돌프, 남우조연상은 '오펜하이머'에서 오펜하이머의 적수 스트로스를 연기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수상했다.
한국계 감독의 작품으로 주목받은 미국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작품상과 각본상에 후보로 올랐지만, 수상을 하진 못했다. 각본상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에 돌아갔다.
일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장편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미야자키 감독은 이 상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으로도 받았다.
괴수 영화 '고질라 마이너스 원'이 시각효과상을 가져가 일본은 2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미국 외 국가의 뛰어난 작품에 수여하는 국제장편영화상과 음향상을 받아 2관왕을 차지했다.
장편다큐멘터리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담은 므스티슬라프 체르노프 감독의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이 받았다. 우크라이나 영화로는 첫 오스카 수상작이다.
'가여운 것들'은 의상상, 분장상, 미술상 등을 싹쓸이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10개 부문에 후보로 오른 '플라워 킬링 문'은 단 하나의 상도 못 받았고,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바비'는 주제가상 한 부문만 수상하는 데 그쳤다.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와 그의 오빠 피니즈 오코널이 작곡한 삽입곡 '왓 워스 아이 메이드 포?'(What Was I Made For?)다. 이들 남매는 2022년에도 '007 노 타임 투 다이' 삽입곡으로 이 부문 상을 받은 바 있다.
이날 OCN과 tvN에서 아카데미 시상식 생중계해설을 맡은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파격과 예상이 골고루 균형 잡힌 시상이었다"고 짚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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