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우크라 배후설' 주장

입력 2024-03-24 06:04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격과 방화 테러를 벌인 용의자들이 하루 만에 전부 체포됐다고 복수의 외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는 100명을 넘겼다.

이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전날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의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자동소총을 무차별 난사해 200여명의 사상자를 낸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이 사건 관련자 총 11명을 검거했다.

전날 테러범들은 총기 난사 후 인화성 액체를 뿌려 공연장 건물에 불을 지르고 현장에서 도주한 상태였다.

사건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테러의 배후를 자처했다.

러시아 당국이 구성한 사건 조사위원회는 핵심 용의자 4명이 모두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브랸스크 지역에서 검거됐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경찰의 정지 명령을 무시하고 도주하던 르노 승용차와 추격전을 벌인 끝에 핵심 용의자들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FBS는 "용의자들이 범행 후 차를 타고 도주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 접촉을 했다"고 주장했다. 브랸스크는 우크라이나 국경과 가깝다.

차량에서는 마카로프 권총, AK-47 소총의 개량형인 AKM 돌격소총 탄창, 타지키스탄 여권 등이 발견됐다.

타지키스탄 외무부는 이번 테러 공격에 자국 시민들이 연루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러시아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방송사 RT의 편집장 마르가리타 시모냔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검거된 용의자 중 샴숫딘 파리둔(26)은 신원 미상의 '전도사'라는 인물로부터 애초 50만루블(약 730만원)을 대가로 약속받고 범행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그가 실제 전달받은 돈은 그 절반가량에 불과했지만 지시자로부터 '나중에 100만 루블(1천461만원)을 주겠다'고 재차 약속받았다고 한다.

FSB는 추가 공범을 찾아내기 위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사건 조사위원회는 현재까지 테러로 숨진 이들이 총 133명이며,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 현지 매체는 143명 이상이 숨졌다고 전했다.

사망자 중에는 어린이도 최소 3명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드레이 보로비요프 모스크바 주지사는 구조물 해체 및 인명 수색에 며칠은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로비요프 주지사는 사망자 유족에게 300만루블(약 4천383만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한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대국민 연설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깊은 조의를 표한다"며 일요일인 24일을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했다.

푸틴 대통령은 용의자 검거와 관련해 "그들은 우크라이나 방향으로 도주했는데,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며 "배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다짐했다.

레오니트 슬루츠키 러시아 하원 국제관계위원장은 텔레그램에서 "테러 공격 조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흔적이 더욱 명백해지고 있다"며 "잔혹한 키이우 정권이 테러리스트를 고용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를 즉각 일축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일은 명백하다. 푸틴과 다른 인간쓰레기들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도 "우크라이나는 이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받아쳤고,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HUR)은 "모스크바 테러는 푸틴의 명령에 따라 러시아 특수부대가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도발한 것"이라며 자작극 의혹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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