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의대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업무공백 장기화로 한계에 부딪혔다며 외래 진료 최소화에 나서면서 현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학병원의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동네 병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들도 이날부터 '주 40시간' 진료를 선언한 만큼 환자들이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나온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의과대학·대학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유지하고자 외래와 수술을 대폭 조정하기로 했다.
앞서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부터 교수들이 24시간 연속근무 후 익일 주간 업무를 '오프'하고, 수련병원별로 외래와 수술을 조정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대 교수단체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이에 보조를 맞춰 외래 진료를 최소화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대 교수들은 환자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후 병원을 떠난 지 50일이 가까워지면서 '신체적·정신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얘기다.
주요 병원들은 전공의 이탈 후 수술을 절반 가까이 줄였지만,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교수들은 이마저도 유지하기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 그동안 교수들은 수술과 외래 진료, 입원환자 관리와 주야간 당직 등을 도맡아왔다.
진료 축소는 병원에서 일괄적으로 정하지 않고, 교수들이 과목별 인력 상황에 맞춰 결정하기로 했다.
의료계는 근무 시간 단축 첫날인 만큼 큰 변화는 없다면서도, 교수들이 '어떻게', '얼마큼' 진료와 수술을 줄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차 의료기관인 동네 병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이날부터 진료 축소에 동참한다고 선언해 환자 불편이 커질 전망이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어 개원의도 주 40시간 진료 시간을 지키기로 결론 내리고, 주말과 야간 진료를 축소하면서 주 40시간을 맞출 방침이다.
이에 따라 동네 의원에서의 주말이나 야간 진료 등이 일부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대부분 자영업자인 개원의들이 적극적으로 '진료 축소'에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다. 과거 의료계의 집단행동은 대부분 전공의와 같은 젊은 의사들이 주도했고, 개원의들은 짧게 참여하는 데 그쳤던 만큼 과거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동네의원은 애초 평일에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료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므로 '주 40시간' 진료했을 때의 체감이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가 의대 증원 '2천명'에 쐐기를 박은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예상치 못하게 길어지고 있고, 교수들마저 사직을 각오하는 등 의료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탓에 과거와는 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대형병원이 수술과 진료를 대거 축소한 탓에 동네의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만큼, 개원가에서 진료를 조금이라도 줄이면 예년보다 파급력이 클 수 있다.
맞벌이 부부가 많이 이용하는 주말 진료가 축소되면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