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인증이 없는 전자제품, 장난감 등에 대한 해외상품 직접 구매(직구)를 규제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키덜트(어린이의 감성을 추구하는 어른) 성향의 소비자들이 동요하고 있다.
17일 게임·전자기기 애호가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 등에서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해외 직구 급증에 따른 소비자 안전 강화 및 기업 경쟁력 제고 방안'에 부정적인 반응이 줄을 이었다.
정부가 전날 공개한 차단 대상 품목에 따르면 어린이용 장난감·의류 등 34개 품목, 전기·생활용품 34개 품목은 국가통합인증(KC) 마크가 없으면 직구가 전면 금지된다.
이 중 성인 소비층도 많은 게임·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와 프라모델(조립식 플라스틱 모형), PC 부속품 상당수는 해외 플랫폼이나 쇼핑몰에서 직구한 경우 각각 어린이용 장난감과 전기생활용품으로 분류돼 반입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PC 하드웨어 커뮤니티 '퀘이사존'에는 "해외 플랫폼에서 1만원 정도 하는 부품을 국내에서 4만원은 주고 사게 됐다", "소비자들이 직구를 찾는 근본적인 원인인 국내 유통구조는 바꾸지 않고 규제만 한다" 등 직구 규제를 성토하는 게시물이 여럿 올라왔다.
엑스(X·옛 트위터)에도 "키덜트 내지는 서브컬처(일본 애니메이션풍) 콘텐츠 팬덤 전반이 타격을 받을 것 같다"는 취지의 의견이 여럿 나왔다.
다만 "유해 제품 유통을 막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며 이번 조치를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 회장(문화법률사무소 변호사)은 "사실상 성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취미용품이나 전자제품 부속품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돼있는데, 차단 대상 품목에 포함된 내용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직구로 수입된 어린이용품에서 유해 물질이 검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는 점에서 정책의 당위성은 이해하지만, 합리적인 해석을 통해 적용 범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관세청 관계자는 "직구 금지 대상인 완구나 전기생활용품의 구체적인 범위는 국가기술표준원과 환경부에서 정한다"며 "추후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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