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소보, 세르비아은행 지점 강제 폐쇄…긴장 고조

입력 2024-05-21 20:56  


코소보가 북부 지역에 있는 세르비아계 은행 지점 6곳을 폐쇄해 이 지역의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FP, 블룸버그 통신 보도에 따르면 코소보 경찰은 이날 방탄조끼와 소총으로 무장하고 북부 지역의 세르비아 우체국 저축은행 지점 6곳을 급습해 강제 폐쇄에 착수했다.

코소보 정부가 세르비아 통화인 디나르화 사용을 금지했는데도 이들 은행 6개 지점이 이를 어기고 불법적으로 운영된다는 이유에서다.

코소보는 2002년부터 유로를 공식 통화로 채택했으나 세르비아계가 주로 거주하는 코소보 북부에선 세르비아 통화인 디나르가 통용되고 있다. 180만명에 이르는 코소보 인구 중 알바니아계가 92%로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세르비아 국경과 인접한 북부 지역 주민 대다수는 세르비아계다.

세르비아 정부는 이 지역에 상당한 재정, 정치적 지원을 제공하며 결속을 강화해왔다. 특히 세르비아 정부가 이 지역 지원을 위해 책정한 연간 예산은 1억2천만유로(약 1천732억원)에 달한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비공식 거래까지 포함하면 실제 지원 규모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코소보 북부 지역의 경제 체제가 디나르화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상황에서 코소보 정부가 2월 1일부터 디나르화 사용 금지를 예고하자 국제사회는 이 지역의 상황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며 코소보 정부에 정책 연기를 요구했다.

서방의 계속된 압박에 코소보 정부는 3개월간의 적응 기간을 부여했다. 이후 코소보와 세르비아는 통화 문제를 놓고 총 7차례 회담을 열었지만 협상은 모두 결렬됐다.

이번 세르비아계 은행 지점 강제 폐쇄 조치는 코소보 정부가 부여한 3개월간의 적응 기간이 지난 13일부로 종료된 지 약 일주일 만에 이뤄졌다.

은행 폐쇄로 코소보에 거주하는 세르비아계 주민은 세르비아 정부로부터 급여와 연금을 수령하기 어려워졌다.

세르비아와 코소보는 1990년대 후반 불거진 참혹한 내전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여전히 적대적 관계다. 세르비아의 일부였던 코소보는 1998년 알바니아계 반군이 독립을 요구하면서 세르비아에 저항한 것을 발단으로 알바니아계 주민 1만여 명을 포함해 1만3천여 명의 희생자를 내는 참혹한 내전을 겪었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포했으나 세르비아는 여전히 코소보를 자국의 일부로 간주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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