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13조5천억 원에 달하는 미수금과 관련해 “벼랑 끝에 선 심정”이라며 “동절기 안정적인 천연가스 공급을 위해 조속히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연혜 사장은 22일 산업통상자원부 오찬 기자간담회에서 “극단적인 상황을 막고자 모든 수단을 가동하고 있으나, 자구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면서 “현재 미수금 규모는 전 직원이 30년간 무보수로 일해도 회수 불가”라고 설명했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대금 중 가스요금으로 회수하지 않은 금액이다. 언젠가는 국민이 갚아야 할 고금리 부채 성격이다. 가스공사 입장에선 회계상 나중에 받을 돈, 즉 자산으로 분류돼 장부상으론 흑자지만 실제로는 적자나 다름없다.
액화천연가스(LNG) 도입을 책임지는 가스공사는 천연가스 공급 설비 투자비를 외부 차입에 의존하고, 이를 장기에 걸쳐 요금으로 회수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가스요금 원가보상율은 현재 80% 수준으로 투자비 회수는커녕 가스를 팔수록 손해인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국제 에너지 위기로 2022년 이후 국제 LNG 가격은 약 200% 상승했지만, 국내 가스요금은 약 43% 인상되는 데 그쳤다.
최 사장은 13조원대 미수금의 영향으로 가스공사가 차입 규모를 확대할 수밖에 없어 재무 안정성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했다고 밝혔다. 가스공사의 차입금은 2021년 말 26조원에서 2023년 말 39조원으로 늘었다. 같은 시기 부채비율은 379%에서 483%로 상승했다.
그는 "현재 차입으로 살림을 꾸려가고 있는데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만 하루 47억원에 달한다"며 "이자 비용 증가는 다시 요금 상승 요인이 돼 국민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가스공사는 작년 한 해 이자 비용으로 1조7천억원을 썼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MJ당 1원 인상하면 가구당 월평균 가스요금 부담액 10만 원 기준으로 약 5천 원 정도가 오른다. 이 경우 미수금 약 5천억 원을 회수할 수 있다.
최 사장은 “겨울에 사용량이 많은 국내 수요 패턴 상 도시가스 요금 인상으로 인한 국민 체감도는 겨울철에 훨씬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수요가 적은 여름철에 요금을 인상하고 단계적으로 연착륙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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