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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시간 줄이고 월급은 그대로?"...꿈의 '주4일제' 실현될까 [전민정의 출근 중]

전민정 기자

입력 2024-06-01 08:00  



올해 5월 가정의 달엔 유난히 휴일이 많아 직장인들에겐 행복한 달이었습니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대체휴일, 부처님 오신날까지…. 3주 연속 출근일이 4일이 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올해 5월이 '주4일제 체험판'이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선 직장인들의 ‘로망’일 뿐이지만, 지금 전 세계는 다양한 방식을 통한 '주4일제'를 실험 중인데요.

싱가포르는 유연근무제 확대를 통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주 4일제'로 가는 첫발을 뗐습니다.

지난 4월 싱가포르 인력부는 노사정 합의를 통해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가 오는 12월부터 유연근무를 신청하면 모든 고용주가 이를 공정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새 가이드라인을 내놨습니다.

유연근무에는 주 4일제뿐 아니라 재택근무, 시차근무, 근무장소의 유연화 등이 포함됐는데요.

그동안 일부 기업만 자율 시행했는데 이번 조치로 모든 회사 노동자에게 신청 기회가 열리게 됐습니다. 가이드라인이지만 만약 고용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면 인력부의 경고를 받고 관련 교육을 이수해야 합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주 4일 근무제 도입 논의가 활발한데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대거 도입했던 재택근무나 근무시간 단축이 노동 생산성에 악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인식이 공감대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벨기에는 지난 2022년 2월 유럽에서 최초로 주 4일제를 입법화하기도 했습니다.

임금의 손실 없이 주5일에서 주4일로 단축근무가 가능해진 법안이 발효된건데, 벨기에 근로자는 주4일과 주5일 중 하나를 선택해 근무할 수 있습니다.

단, 일하는 ‘시간’이 줄어든 것은 아닌데요.

주4일 근무제로 선택할 경우 하루 근무시간이 기존 8시간에서 9.5시간 또는 10시간으로 늘어나고 과도한 근로시간을 우려한 일부 기업은 '주4일(주32시간)' 근무제로 전환하고 임금조정을 검토하기도 했습니다.

● 국내서도 정치권·노동계 중심 '주4일제' 공론 테이블에

남의 나라 얘기였던 '주4일 근무제도'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 공론화가 시작됐습니다.

논의의 불씨는 정치권과 노동계가 당겼습니다.

먼저 지난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주4일 근무제 도입'를 노동정책 제1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민주당은 총선 공약집에서 "주 4일(4.5일) 도입지원 등으로 노동시간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줄이겠다"며 "주 4(4.5)일제 도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올해 하투를 앞두고 자동차 노조들은 야권과의 연대를 통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정년연장'과 '근로시간 단축'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내세웠는데요. 여기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주4.5일제 도입'입니다.

현대차노조는 지난달 '금요일 4시간 근무(주4.5일제)'을 담은 2024년 단체교섭 요구안을 확정했고, 기아 노조도 현대차와 동일하게 주 4.5일제 도입을 임단협 요구안 초안에 포함시켰습니다.

현대차 노조가 주 4.5일제 근무를 요구하는 배경은 정년퇴직자 증가에 따른 고용불안이었습니다.

올해부터 앞으로 매년 2,500명 안팎의 조합원들이 정년퇴직을 하게 되는데, 이에 따른 고용 감소를 노동시간 단축으로 대응해 고용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임금 수준은 높이면서 주 4.5일 도입하자는 주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월급은 더 올리고 노동 시간은 줄이겠다는 것이어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 '생산성 향상'은 걸림돌…"급여 삭감 없는" 주4일제 시기상조

미국에서는 지난 3월 급여 삭감 없는 '주 4일제' 법안이 발의됐습니다. 법안은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표준 근로시간을 기존 주간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법안을 발의한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폭발적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노동 생산성이 향상된 만큼, 이젠 급여 감액이 없는 주당 32시간은 급진적 구상이 아니다"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는데요.

주4일제 도입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급여 삭감 없이'라는 조건이 붙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샌더즈 의원이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돈은 그대로 받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근거는 '노동 생산성 향상'이었는데요. 아직 국내에선 '생산성 향상'라는 전제 없이 주4일제가 논의되고 있습니다.

경영계는 이 때문에 주4일제 도입에 신중한 입장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최근 '제22대 국회에 바라는 고용노동 입법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는데요, 22대 국회에서 입법이 추진될 경우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입법으로 '주4일제 또는 주4.5일제'(34.3%)를 최우선으로 꼽았습니다.

생산성 향상이 없이 근로시간을 단축시키자는 것은 기업의 비용부담만 증가시켜 일자리 유지에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것이 경영계의 주장입니다.

정부 역시 주 4일 근무제보다는 1주로 제한된 주당 12시간의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등으로 다양화하는 노동시장 유연화에 더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근로자들에겐 주4일제 도입에 있어 '임금 삭감'이 제일 걱정스럽습니다.

최근 취업포탈 기업 사람인이 직장인 3,5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주 4일 근무제에 대한 생각' 설문 결과에 따르면 86.7%가 '긍정적'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임금 부분을 두고선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주 4일제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직장인들 중 60.6%는 임금이 줄어도 주4일 근무제를 할 것이라고 담했지만 주 4일제에 '부정적'이라고 답한 476명은 '임금이 삭감될 것 같아서(52.5%, 복수응답)'를 가장 많은 이유로 꼽았습니다.

'임금 삭감'에 대한 부정적인 결과를 보인 주 4일제 실험도 있습니다.

스페인 통신회사인 텔레포니카는 2021년 10월부터 희망자를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추진했지만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끝이 나버렸습니다.

2022년 말까지 희망자를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희망자의 임금을 15% 삭감한다는 규정 때문에 지원율은 0.75%로 매우 저조했던 것이죠.

다만 최근 AI 등 기술 혁신은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도입에 그래도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습니다.

대기업 사이에서는 주 4.5일제와 같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AI가 단순 업무 등을 대신해주면서 가능해졌다는 분석인데요.

지난 2022년 7월 임금·복리후생 등 기존 처우를 그대로 유지한 주 4일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기업교육 전문업체 휴넷의 경우, 인건비 20% 증대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생산성 종합 모델 구축, 일하는 방식과 문화 바꾸기, 업무 프로세스와 사내 시스템 개선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실제 이곳은 주4일제 도입 후 채용경쟁률 3배 증가, 매출 20% 증가, 직원만족도 93.5%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최근 열린 한국인사관리학회의 '2024 춘계학술대회'에서 이춘우 한국인사관리학회장(서울시립대 교수)은 "주 4일제 도입을 회사 측이 주도해 도입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의 확고한 경영철학과 원칙 선행, 자율·책임에 기초한 고몰입 기업문화 조성, 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디지털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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