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구축했지만…거래소·증권사 무한대기
미국·일본과 달리 제자리…22대 국회에 기대
올해부터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법제화가 미뤄지면서 여기저기서 한숨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 신종증권시장도 상장할 발행 상품이 부족해 개장이 미뤄지고 있고 선제적 투자에 나선 증권사도 당혹스럽다는 입장입니다. 국회에 발목 잡힌 토큰증권발행시장의 현 주소, 최민정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토큰증권 법제화 실패로 사업을 추진했던 증권사는 물론 'KRX신종증권시장'을 추진했던 한국거래소까지 무기한 대기에 들어갔습니다. 21대 국회에서 조각투자 상품을 토큰증권발행(STO) 시장에서 주식처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되며 22대 국회의 손으로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토큰증권은 미술품과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발행한 증권으로, 법안이 통과돼야 예탁결제원을 통해 분산원장 방식의 전자등록이 가능하고, 한국거래소와 장외시장을 통해 매매할 수 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토큰증권의 법제화에 앞서 올해 상반기 중으로 투자계약증권, 비금전 신탁수익증권에 한해 신종증권시장 시범 운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발행 상품이 충분하지 않아 시스템 개발이 끝내고도 운영 시기를 정하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거래소에 신종증권 상장을 신청할 수 있는 조각투자 기업은 혁신금융사업자인 6곳만 가능한데, 거래소의 상장 문턱이 높아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은 3곳으로 추려지기 때문입니다.
토큰증권을 미리 먹거리로 점 찍으며 투자에 나선 증권사도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해 일부 증권사는 토큰증권 발행 인프라를 이미 구축했고, 여타 증권사들도 코스콤과 함께 공동 플랫폼을 개발했지만 토큰증권 시장 개화 시기가 늦춰지며 수익화까지는 시간이 한참 더 걸릴 전망입니다. 업계 관계자도 "법안 통과를 고려해 내년 상반기 정도로 인프라 개발, 상품 출시 등을 준비했는데 불확실성이 커지며 일정이 지연되고 모니터링만 하고 있다"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법안) 통과가 돼도 시행령이 있고 여러 가지 시간이 많이 걸린단 말이에요. (증권사는) 다양한 비용들을 이미 지출한 상황이기 때문에 손실이 있을 수 밖에는 없겠죠.]
발행을 맡고 있는 증권사와 유통을 담당하는 한국거래소 모두 법제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아 강조합니다. 전 세계 토큰증권 시장 규모는 약 821조 원(6천억달러).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 토큰증권발행에 대한 규제를 정립하고 제도적 인프라를 형성한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국회에 도 발목 잡히면서 성장의 기회를 또 한 번 놓치게 됐습니다.
한국경제TV 최민정입니다.
영상편집: 노수경, CG: 차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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