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과 캐나다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내리자 나머지 국가의 본격적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대한 기대도 다시 커졌다. 하지만 은행권 전문가들은 이같은 결정이 미국과 한국의 피벗을 앞당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ECB는 지난 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25%p 낮추며 2022년 7월 금리 인상을 시작한 이후 1년 11개월 만에 피벗을 단행했다. 앞서 5일 캐나다은행도 기준금리를 0.25%p 내렸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도 다시 고조됐지만, 지난 7일 비농업 일자리 증가 폭(전월 대비 27만2천명)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자 물가 불안이 다시 부각되면서 연준의 인하 명분이 약해졌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전문가들도 대부분 미국 연준과 한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심재찬 NH금융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미국은 아직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통화량에 대한 통제를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에 뚜렷한 진전이 없다면 미국의 금리 인하는 어렵고, 따라서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은에 대해서는 "미국이 인하하지 않은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낮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먼저 내리면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익현 신한은행 투자솔루션부 셀장은 "미국 연준은 양호한 경기 등을 고려할 때 9월 정도에나 인하를 시작해 연내 두 차례(0.5%p) 정도 낮출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최근 성장률 개선 등으로 미뤄 미국 인하를 확인한 뒤 10∼11월께 한 차례(0.25%p)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투자전략팀장도 "한은이 서둘러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이유가 많지 않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 중반까지 높아진 데다, 물가는 여전히 안정 목표(2%)를 웃돌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미국이 인하에 나선다는 가정 아래 한은도 올해 4분기 인하가 유력하나, 물가가 충분히 낮아지지 않는다면 올해 인하가 없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장미란 하나은행 도곡금융센터지점 VIP PB(프라이빗뱅킹)부장은 "미국과 한국 모두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며 "미국 연준은 연내 1∼2회, 한은은 연준 인하 후 1회 정도 낮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의 금리차 등을 고려할 때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내리기는 어렵다"며 "연준은 9·12월 두 번 내리거나 11월 한 번 내릴 가능성이 크고, 한은은 4분기에 한 차례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