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의원까지 휴진 동참하나…환자는 또 '뒷전'

입력 2024-06-11 06:23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전면 휴진을 선언하고, 이에 정부가 진료 명령으로 대응하면서 의정(醫政) 갈등이 재점화됐다.

의협이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한 휴진이라고 강조하는 가운데 동네의원들까지 문을 닫으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시민사회·환자단체들은 일제히 의사들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1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개원의에 대한 진료 명령과 휴진 신고 명령을 발령하기로 했다.

이는 9일 의협이 "대한민국 의료를 살려내기 위해 우리 모두 분연히 일어날 것"이라며 이달 18일 전면 휴진과 총궐기대회 개최 등을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원의에 대한 명령에 관해 "의료계의 집단휴진에 대해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최소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각 시도는 관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집단행동 예고일인 6월 18일에 진료명령을 내리고, 그럼에도 당일에 휴진하려는 의료기관은 사흘 전(영업일 기준)인 6월 13일까지 신고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정부는 18일 당일에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휴진 여부를 전화로 확인한 뒤 시군 단위로 휴진율이 30%를 넘으면 업무개시명령도 내리고, 명령 불이행 시 행정처분 및 처벌에 들어간다.

업무개시명령에 따르지 않는 기관이나 의사는 업무정지 15일 및 1년 이내의 의사 면허 자격정지에 처할 수 있고,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불법 집단행동을 유도한다는 이유로 의협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와 관련한 법적 검토에도 착수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의협 등의 사업자 단체가 구성 사업자에게 휴진을 강제하는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므로 법 위반 여부를 적극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등의 금지 행위를 하면 사업자단체(의사단체)는 10억원 이내 과징금을 물고, 단체장 등 개인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시민사회·환자단체들은 의사단체들의 잇단 휴진 결정을 맹비난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이 철회돼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으로 기대했던 환자와 환자 가족은 휴진 결의 발표로 참담함을 느낀다"며 "환자에게 불안과 피해를 주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의료계의 행보는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공정위 고발을 검토 중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의료계가 환자 생명을 볼모로 한 불법행동 카드를 다시금 꺼내 들었다"며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의사의 불법 진료거부는 정당화될 수 없으며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질타했다.

정부는 동네의원의 휴진 시 환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비대면 진료를 적극 안내할 방침이다.

특히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들은 휴진에 대비해 미리 약을 처방받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개원의들이 불법 집단 휴진을 하면 그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겠다"며 "고혈압 등 만성 질환 약을 계속 처방받으셔야 하는 분들은 6월 18일에 진료가 불가능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미리 처방받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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