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행정부가 유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러시아, 이란에 사실상 솜방망이 제재를 해왔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바이든 정부가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 적대적 국가를 상대로 강력한 엄포를 놓지만 실제로는 '무늬만' 제재에 가깝다고 미국의 여러 외교관, 전직 당국자, 에너지 산업 종사자 등을 인용해 전했다.
25일 미 재무부는 이란을 겨냥해 제재를 발표했다. 재무부는 이란 군부를 위해 '그림자 은행' 역할을 해왔다며 홍콩, UAE, 마셜제도의 개인과 기업 50곳에 경제 제재를 내렸다.
하지만 이는 이란의 원유 수출 중 일부에만 영향을 미치며, 국제 시장을 압박할 가능성도 없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다. 원자재 정보 업체 케이플러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번 제재가 원유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으로 중동 정세가 악화되며 미국과 이란 사이에도 긴장이 팽배했지만 이란의 원유 수출은 올해 2월 이후 하루 150만배럴을 웃돈다. 바이든 임기 초반보다도 훨씬 불어난 것이다.
미 당국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재무부 일부 당국자 사이에서는 '말로만' 제재를 늘어놓으면서 정작 행동으로는 보여주지 않는 것을 두고 무력감을 느낀다는 말이 나온다.
미국의 대러시아 제재도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이달 12일 발표한 미 재무부 제재에서는 러시아 은행을 표적으로 삼았지만 원유 업계는 손대지 않았다는 것이다.
솜방망이 제재를 주도하는 배후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가 지목됐다. NEC는 광범위한 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원유 시장에서 물류 차질을 부르고,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고 여러 소식통이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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