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반도체 103조 투자…HBM 주도권 지속

<앵커> 계열사 감축에 나선 SK그룹이 반도체에 103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그룹 전반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면서도 인공지능(AI)과 반도체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입니다.

산업부 정재홍 기자 나왔습니다. 정 기자, 지난주 SK 경영전략회의가 끝난 뒤 반도체 투자 방안이 나왔다고요.

<기자> 지난 주말이었죠. SK그룹의 경영전략회의가 지난달 29일에 끝났습니다. 그룹의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인 만큼 최고경영진들이 1박2일 동안의 강도 높은 토론을 벌였습니다.

일단 SK그룹은 AI와 반도체 주력 계열사인 SK하이닉스가 2028년까지 앞으로 5년간 103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전체 투자 금액 가운데 80% 가량인 82조 원을 AI 분야에 쏟기로 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시설투자금액이 약 6조 5천억 원입니다. 역대 최대 규모였던 2022년 약 19조 6천억 원을 투자한 바 있습니다. SK하이닉스 가진 AI 메모리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주도권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는데요.

SK그룹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수장으로 한 '반도체위원회'도 신설해 계열사 간 AI 시너지를 내기로 했습니다.

<앵커> SK그룹 재무구조 위기론이 불거지는 가운데 반도체 투자는 아끼지 않겠다는 선언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출장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의 빅테크 기업 샘 올트먼 오픈 AI CEO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를 연달아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AI빼고는 할 얘기가 없다"며 인공지능의 그룹의 사활이 달렸음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배터리 사업의 누적된 적자와 함께 지난해 반도체 업황 하락이 겹치면서 SK그룹의 재무 위기론이 불거졌습니다. 다행인 건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을 시작으로 AI 메모리에서 제대로 탄력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D램 내 HBM 매출 비중은 지난해 10% 이하에서 올해 20%대까지 오를 것으롭 분석됩니다.

다만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올해 하반기 삼성전자 HBM3E 제품군의 엔비디아 공급이 유력하고 이미 공급하고 있다고 밝힌 마이크론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103조 투자는 한 번 가진 AI 메모리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앵커> 계열사 조정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도 나왔나요.

<기자> '관리 가능한 범위'내에서 조정하겠다는 게 일단 SK그룹이 밝힌 내용입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 등 아직 구체적인 조정 방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단, SK그룹은 2026년까지 80조 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겠다고 밝혔습니다.이에 지난해 10조 원 적자였던 그룹 세전이익을 올해는 22조 원 흑자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습니다.

이번 경영전략회의에서 구체적인 재무 목표가 세워진 만큼 SK그룹의 계열사 감축 등 구조조정 방안은 더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입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