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표면의 큰 구덩이(pit)가 길이 수십m의 지하 용암 동굴로 이어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팀은 달 지질학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고 향후 달 탐사 기지 건설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탈리아 트렌토대 로렌조 브루조네 교수팀은 16일 과학 저널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서 달 표면 레이더 관측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요의 바다'(Mare Tranquillitatis)에 있는 반경 100m 구덩이가 길이 30~80m의 동굴로 이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달 지하 동굴 존재 가능성이 50여년간 이론으로 제기되고 논의돼 왔지만 확인되지는 않았다면서 이 연구 결과는 달에 접근 가능한 용암 동굴이 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직접적인 증거이며 향후 이 동굴을 달 탐사 기지 건설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달 표면에서는 200개 이상의 구덩이가 발견됐고 그중 '스카이라이트'(skylight)로 불리는 일부는 지하 용암 동굴이 함몰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구덩이가 실제 지하공간이 큰 동굴에 연결돼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미항공우주국(NASA) 달정찰궤도선(LRO : Lunar Reconnaissance Orbiter)에 탑재된 레이더 이미지 장비인 '미니-고주파'(Mini-RF)로 고요의 바다에 있는 구덩이 중 깊이가 가장 깊은 구덩이(Mare Tranquillitatis Pit)를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분석 과정에서 연구팀은 구덩이 서쪽 부분에서 레이더 밝기가 증가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어 레이더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서쪽 부분 레이더 밝기가 증가한 것은 서쪽 부분으로부터 동굴 공간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 동굴은 지하 130~170m에 있고 길이는 30~80m, 폭은 45m 정도이며, 구덩이로부터 접근이 가능하고 공간은 수평 또는 최대 45도 기울어져 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됐다.
브루조네 교수는 "50년 이상 이론으로만 제시돼온 동굴 존재를 처음으로 증명했다"며 분석된 데이터는 LRO가 2010년에 관측한 것이지만 최근 개발된 첨단 신호처리 기술 덕분에 재분석과 동굴 발견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가 달 지질학 연구에 중요할 뿐 아니라 환경이 혹독한 달의 유인 탐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지적했다.
달에서 해가 비치는 곳은 표면 온도가 127℃까지 치솟고 해가 비치지 않는 곳은 영하 173℃까지 떨어질 수 있으며, 우주와 태양에서 날아오는 우주선 강도도 지구보다 150배나 강하고 운석 충돌 위협도 끊이지 않는다.
연구팀은 지속적인 달 탐사를 위해서는 달기지 건설을 위한 안전한 장소를 찾아야 한다며 이번에 발견된 고요의 바다 구덩이와 그에 연결된 동굴이 유망한 달기지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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