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새로 출범한 노동당 정부가 안정적 재정과 경제 성장에 초점을 두고 국정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찰스 3세는 17일(현지시간) 런던에 있는 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턴궁에서 열린 의회 공식 개원식에서 '킹스 스피치'(국왕 연설)를 통해 39개 입법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선도적인 산업 국가로서 영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성장과 부의 창출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회 개원식의 국왕 연설은 정부가 새 의회에서 우선해서 추진할 입법안을 발표하는 것으로, 국왕이 읽는 연설문은 정부가 작성한다.
노동당 정부가 지난 4일 총선에서 14년 만에 정권 교체를 한 만큼 노동당 정부가 작성한 국왕 연설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때인 2009년 의회 개원식 이후 처음이다.
이날 국왕 연설은 안정적인 경제 운용과 서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부의 창출을 강조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연설에 앞서 내놓은 성명에서 "우리가 성장의 잠금을 풀고 영국의 브레이크를 풀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중대한 조세와 지출 변화는 예산감독청(OBR)의 독립적 평가를 따르도록 하는 법안을 추진한다. 또 사회기반시설과 주택 공급을 가속화하고 경제 계획 작성과 이행 과정을 개혁하기로 했다.
연금 투자 활성화와 투자 촉진을 위한 국부펀드(NWF) 조성, 국영 청정에너지 기업인 GB에너지 신설, 철도 서비스 재국유화, 최첨단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대한 안전장치를 담은 법안들도 추진된다.
찰스 3세는 "국경을 강화하고 거리를 더 안전하게 할 것"이라며 "국경안보본부 신설과 조직적 이민 범죄 단속을 위한 대테러 권한 강화로 망명과 이민 체계를 현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고용인에게 불리한 '제로아워 계약'(최저 노동시간이 '0시간'으로 고용인이 필요할 때 근로를 요청하는 형태의 고용계약) 금지, 임차인 보호 강화 등도 추진된다.
외교와 국방 분야에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헌신, 핵 억지력을 포함한 병력 유지, 새로운 안보 협정을 포함한 유럽연합(EU)과의 관계 재설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찰스 3세는 지난해 11월 즉위 후 첫 국왕 연설을 했고 이번이 두 번째다. 그에 앞서 왕세자 시절이던 2022년에는 거동이 불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대신해 의회 개원 연설을 한 적이 있다.
이날 웨스트민스터 주변에는 군주제 반대론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그와 별도로 청년 시위대 10명이 공공질서를 방해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