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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대신 해리스, 미국인의 시각에서 본 투자 의미는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신인규 기자

입력 2024-07-22 09:47  




바이든 미 대통령이 재선을 공식적으로 포기했습니다. 마치 대통령의 유고를 지키듯, 현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가 민주당 대선 후보 자리를 이어받을 전망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저녁에 한국을 찾은 한 미국인을 만났습니다. 민주당 지지자이자 정치학을 전공한 사람입니다. 환담은 결국 미국의 정치로 흘러갔습니다. 그는 민주당의 선택이 결국 카멀라 해리스로 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논리의 근거를 후보 개인의 됨됨이에 두지 않고 돈의 흐름에 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미 바이든-해리스 캠프에 모인 2억 달러 이상의 기부금을, 해리스가 대선 후보를 이어받지 않는 한 쓸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이 미국의 대선 후보를 결정할 가장 강력한 동인이라는 겁니다(여담이지만 미국은 정치자금 기부가 우리나라보다 자유롭습니다. 미국엔 개인의 이름을 입력하면 그 사람이 어떤 정치인에 기부했는지 알 수 있는 시스템이 전산화되어 있는데, 일부 사람들은 상사나 동료의 정치적 성향을 직접 묻는 대신 이 사이트에 그들을 이름을 쳐 넣기도 합니다). 이 전망은 한국시간 월요일 새벽 4시경 현실이 됐습니다.

카멀라 해리스가 민주당의 새로운 대선후보로 떠오른다는 것은 시장에 어떤 의미를 가져올까요. 몇 가지를 살펴봐야겠습니다.

카멀라 해리스는 법조인 출신의 아프리카-인도계 미국인입니다(자서전을 보면, 아버니가 자메이카 출신이고 어머니가 인도 출신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법무 장관을 역임했습니다. 변호사로 일할 당시엔 여성 재소자들의 인권 향상과 사회 복귀에 관심을 갖고 여러 프로그램을 도입했습니다. 미국 의료보험 개혁 등 민주당의 정책 방향 기조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는 인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해리스 부통령이 상원에 있을 때 "나는 그녀가 상원에서 가장 비열하고, 끔찍하고 무례하다고 생각한다"며 각을 세운 바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카리스마가 넘친다는 평을 받지만, 카멀라 해리스라는 카드를 현재 트럼프로 기울어진 '대세'를 뒤집을 만큼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미국의 선거분석업체인 파이브서티에잇에 따르면 카멀라 해리스에 대한 대중 지지도는 40%를 넘지 못합니다. 최신 데이터를 보았을 때 긍정 여론은 38.6%였고, 부정 여론은 50.4%였습니다.

하나 더 생각해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유색인종이자 여성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떠올랐다는 점입니다. 마치 바이든과 해리스가 한 팀으로 대선을 준비했듯, 해리스 후보는 새로운 러닝메이트를 찾아야 합니다. 민주당이 다양한 유권자층을 겨냥하는 기존의 정공법을 쓴다면 인종과 성별의 안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해리스의 러닝메이트는 백인·남성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미국 민주당 내에선 트럼프나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D밴스를 인기 측면에서 압도할 수 있는 '백인-남성'은 없다는 게 민주당 지지자의 입에서 나온 자조적인 분석입니다. 한국어로 하면 '졌지만 잘 싸웠다'는 정도의, 후일을 도모하려는 구성이 아니냐는 목소리까지도 나옵니다.

뜬금없이 버니 샌더스와 같은 논쟁적인 인물을 끌어들였다 원내 풍파를 가져오는 모험수 같은 걸 택하지 않을 거라는 것이지요. 일각에선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급부상 가능성도 생각하지만, 미셸 오바마가 미국 내에서 존경받는 이유는 그녀가 뛰어난 정치인이기 때문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보셔야겠습니다. 미셸 오바마가 성공을 거둔 지점은 아동 비만 퇴치 캠페인(Let's move)이기 때문에, 그녀는 정치가라기보다는 사회운동가 이미지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오바마 카드 역시 민주당 내 정치라는 관점에선 모험수의 한 종류입니다.



결국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라는 카드는 민주당에서 내놓을 수 있는 최선의 수이기는 하지만, 여러 정황을 감안하면 민주당으로선 오히려 민주당 열세-공화당 우세라는 현재 상황을 굳힐 수 밖에 없는 독이 든 성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쪽으로 방향성이 모아집니다. 트럼프 후보 개인의 결함이란 돌발변수가 발생하기만을 웅크려 기다리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가 내러티브라 부르는 시장의 심리는 이러한 점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선후보 교체 이후 다우지수 선물은 0.1%, 미국 나스닥 100 선물은 0.4% 올랐습니다. 불확실성을 소폭 축소하는 수준의 조용한 반응입니다. 앞으로 미국 대선 판을 흔들 변수가 생긴다면, 그것은 민주당이 잘 했기 때문이 아니라 트럼프의 실기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높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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