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AI 투자 안 줄인다…하루 만에 폭등한 반도체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4-08-01 08:10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이끌고 있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월 금리 인하를 기정 사실화했다. 미 뉴욕증시는 이날 엔비디아 등 반도체 기업들의 강세와 연준의 통화완화 기대를 소화하며 전날 낙폭을 모두 만회했다.

현지시간 3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날보다 1.58% 오른 5,522.30, 나스닥은 2.64% 급등한 1만 7,599.40으로 올라섰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이날 0.24% 상승한 4만 842.79를 기록했다. 중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 지수는 2300선을 한때 넘어섰지만 막판 상승분을 반납하며 0.51% 오른 2,254.48로 장을 마쳤다.

● 첫 질문에 "9월 인하 논의"..정책 전환 시작한 연준

미 연준은 전날부터 이틀간 개최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현재 수준인 연 5.25~5.50%로 동결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선물 시장은 한 달 가까이 7월 금리 동결과 다음 회의인 9월 인하를 기대해왔다. 연준은 이날 성명서와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기대치를 명확히 반영했다.

연준이 공개한 FOMC성명서는 크게 첫 세 단락이 중요한데, 가장 윗 부분은 경제와 노동시장 전망, 두 번째는 현재 인플레이션 목표 2% 진전에 대한 진단, 세번째 단락은 통화정책 변화를 시사하는 포워드 가이던스로 구성된다. 당초 이번 성명서에서는 세 번째 단락에 적혀있는 가이던스인 '더 큰 확신을 얻기까지는 목표 범위를 줄이는 것이 적절치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는 문장이 바뀔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는 바뀌지 않았다.

대신 더 분명한 신호가 추가됐는데, 연준은 노동시장의 약화에 대비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물가 상승 둔화로 인한 인하 준비가 되었음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또한 일자리 증가가 완만해졌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의 두 위험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밝혀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다소 모호해 보이는 성명서에 대한 우려는 기자회견 첫 질문에서 완전히 걷혔다. 파월 의장은 '9월 금리인하를 기대하는 시장의 움직임이 합리적인가'에 대한 질문에 "물가 대한 자신감과 노동시장이 견조하다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확답했다. 파월의 이러한 답변은 마치 준비된 것과 같은 답변으로, 고용시장의 추가 하락을 경계하며 연준이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로 인해 미 10년물 국채금리 장중 10bp넘게 급락해 4%선이 깨질 수 있는 지점까지 내려왔다.

한편 파월 의장은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직전 12개월 최저보다 0.5% 낮을 때 경기침체가 일어난다는 샴의 법칙에 대해서는 통계적인 일일뿐, 여전히 경제는 견고하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연준은 다음달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리는 중앙은행 회의에서 7월 고용, 소비자물가지수를 확인한 뒤 금리 인하에 대한 최종 신호를 낼 전망이다.



● MS 안도감에 폭등한 엔비디아…반도체 지수 하루 만에 7%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전날 실적 발표 직후 컨퍼런스콜에서 서버 투자를 축소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확인한 뒤 반도체 기업들이 이날 폭등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는 "자본 지출은 애저(Azure) AI 성장을 비롯한 수요 신호에 따라 결정되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미 후드 최고재무책임자는 자본지출 190억 달러 가운데 거의 대부분을 AI, 클라우드에 소진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에이미 후드 CFO는 해당 투자가 "향후 15년과 그 이후 수익 창출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는 다음 분기 애저(Azure)에 대한 건설적 가이던스, 자본지출에 따른 생성형AI 수요 증가와 향후 수익 기대를 반영해 매수 의견과 목표가 515달러를 유지했다. JP모건 역시 이번 실적은 단기적인 잡음으로 AI 주도 성장이 다음 분기부터 재개될 것이라며 비중 확대 의견을 냈다. 이 여파로 전날 시간외에서 급락하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날 1% 가량 하락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전날 AMD 역시 그래픽처리장치(GPU) 기반으로 한 데이터센터 매출이 28억달러로 전년 대비 115% 증가한 실적을 공개해 반도체주 상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엔비디아는 이러한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 업체로 월가의 긍정적 보고서가 이어졌다. 모건스탠리의 조셉 무어 애널리스트는 "시장이 일부 하이퍼 스케일러에 아직 더 많은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블랙웰 차기 아키텍처가 매출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여파로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하루 만에 12.8% 폭등했고, 브로드컴(11.9%), AMD(4.36%), 퀄컴(8.39%) 등 반도체 기업과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7.8%), 램리서치(7.26%) 등도 동반 강세를 기록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7.01% 오른 5,233.18로 뛰어올랐다.

다만 이날 장 마감 이후 반도체 기업들의 움직임은 갈렸다. 퀄컴은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로 지난 분기 매출이 93억 달러, 조정주당순익은 2.33달러를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4분기 매출 전망도 95~103억 달러에 달했다. 퀄컴은 시간외에서도 6% 가까이 올랐으나, 미중간 갈등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1%대 하락으로 돌아섰다.

암 홀딩스(ARM)은 매출 9억 3,900만 달러, 주당순이익 40센트로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냈지만 연간 매출 전망을 38억~41억 달러로 유지한 여파에 시장에 실망감을 키웠다. 시간외에서 주가는 8%가량 하락 중이다. 램 리서치도 장중 움직임과 달리 시간외에서는 2% 가까운 하락을 보이고 있다.



● 메타, AI 투자 우려 덜었다…시간외에서 7% 강세

지난 주 알파벳 이후 실망감이 이어지던 빅테크 실적은 메타 플랫폼(META)가 체면을 살렸다. 메타는 지난 분기 매출 390억 7천만 달러로 전년대비 22% 증가해 4분기 연속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3분기 매출 가이던스도 385억~410억 달러로 전망치인 391억 달러를 넘어섰고, AI 투자에 따른 자본지출은 84억 7천만 달러로 예상인 95억 달러를 밑도는 등 시장의 기대를 맞췄다. 또한 고질적인 적자 사업부인 리얼리티랩스가 44억 8천만 달러 손실로 시장 전망이 45억 달러 손실을 밑도는 등 전반적인 사업 성과가 확인되면서 시간외에서 7% 가량 뛴 509달러에 거래 중이다.

미국 주요 항공기업인 보잉은 최악의 실적을 보고했지만, 최고경영자 교체로 인한 구조조정 기대로 장중 2% 올랐다. 보잉의 2분기 매출액은 169억 달러, 조정 주당손실은 2.9달러에 달했고, 현금 소진액은 43억 3천만 달러로 늘었다. 브라이언 웨스트 최고재무책임은 "현재로서는 올해 현금 소진이 50억 달러가 될지 100억 달러가 될지 추산하기 어렵다"며 상황 악화를 예고했다.

이날 보잉은 잇딴 항공사고로 물러나는 데이브 캘훈 CEO의 후임에 캘리 오트버그 전 록웰 콜린스 대표 선임 계획을 함께 공개했다. 켈리 오트버그는 보잉 외부인사이자 2021년 은퇴 전까지 항공 엔지니어링 전문가로 RTX와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 통합을 주도한 경험이 있다. 모닝스타는 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후속 기종 설계에 매우 긴 주기가 소요되고, 경영진에 대한 보상이 수 년이 될지 수십 년이 될지 모를 까다로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진단했다.



● 이란 영토서 하마스 지도사 암살..국제 유가 급등

국제유가는 이날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였다. 하마스는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엘 하니예를 공격해 암살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 방송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해당 암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에서 무장 공격을 감행한 두 번째 사건이자, 지난해 10월부터 이어진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 9월 인도분은 하루 만에 5.11% 뛴 배럴 당 78.55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날 미국의 주간 원유 재고가 343만 6천 배럴, 가솔린 재고가 366만 배럴 감소했다는 미 에너지 정보청의 발표도 유가 낙폭을 키웠다.

원자재 시장에서 국제 금가격은 금리 인하 기대를 반영해 1.7% 뛴 트로이 온스 당 2,493.7달러를 기록했다. 한편 주요 6개 국에 대한 달러 인덱스는 0.47% 내린 104.06, 일본 엔화는 전날 일본은행의 0.25% 금리인상과 국채 매입 축소 발표에 달러 당 150.06엔으로 강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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