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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인 미만 근로자도, 이제 연차 쓸 수 있나요? [전민정의 출근 중]

전민정 기자

입력 2024-08-03 08:00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들에게 근로기준법 혜택을 보게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합니다."

이번주 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문수 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노동약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던진 화두입니다.

일하는 사람의 권리와 안전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법이 있는데, 바로 '근로기준법'이죠.

기본적으로 모든 사업장에 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데요.

다만 모든 사업장에 근로기준법상 모든 규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요. 소상공인 영세성 등을 고려해 5인 미만 사업장은 예외를 두고 있습니다.

● 5인 미만 사업장, 이유 없이 해고 가능…연차 수당 의무도 없어

그렇다면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상 어떤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걸까요.

먼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서는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5인 미만 기업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사용자가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습니다.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해고 등을 당한 경우 관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도 어렵습니다.

대신 법원에 해고무효소송 등 민사적인 절차에 따른 청구만 가능합니다.

다만 근로자가 산재로 쉬고 있는 상황이거나 출산 전후로 일을 하지 않은 경우라면 사업주는 기간 동안 근로자를 해고하면 안됩니다.

또한 5인 미만 기업이더라도 근로자를 해고할 때에는 최소 30일 전에 미리 알려야 하고요.

만약 해고를 급히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근로자에게 해고 예고 수당을 줘야 합니다. 이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인 경우 사용자가 연차휴가를 줘야 할 법적 의무도 없습니다. 이에 따라 연차를 쓰지 않았을 때 수당도 주지 않아도 되는데요.

연차유급휴가제도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서 4주간을 평균해 1주간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 이상인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규정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5인 미만 사업장인 경우에도 사업장 사규 등에 별도의 규정이 있거나 노사 당사자간 약정에 따라 근로자에게 연차휴가를 주는 것은 가능합니다.

연장 근로나 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법 규정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예외인데요. 때문에 연장, 야간, 휴일 근로에 대한 수당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임금체불하면 누구든 처벌…최저임금·주휴수당도 필수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이더라도 결코 피해갈 수 없는 것들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임금체불입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은 원칙적으로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해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을 지급해야 합니다.

특별한 규정이나 사정 없이 이를 위반해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지급해야 할 임금보다 적은 액수를 지급한 경우, 임금체불이 성립하고요.

임금을 밀린 사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액은 1조 7,485억원에 달하는데 이중 5인 미만 사업장의 체불액이 4,723억 원으로 26%를 차지했는데요.

이처럼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저임금인 경우도 많아 근로기준법상 적용의 예외를 둔 것입니다.

근로기준법상 퇴직금 지급에 관한 규정과 최저임금 적용도 근로자가 단 한 명인 경우 등 사업장의 규모에 상관없이 적용되는데요.

주휴수당(일주일에 1회 이상 보장된 유급 휴일에 대한 유급 보상) 역시 상시 근로자 수와 관계없이 반드시 줘야 합니다.

● 근로기준법 확대, 각론은 엇갈려…결국 사회적 대화 '필요'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은 그동안 노동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사안입니다.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은 지난 1987년 기존 10인 이상 사업장에서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된 이후 40년 가까이 그대로인데요.

이 때문에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자들은 연차휴가 사용이나 부당해고 등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근로자의 기본 권리와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던 거죠.

지난 4·10 총선 당시에도 5인 미만 사업장의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의 경우 필요성에 대해 여야간 공감대가 형성된 바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내부에서도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단계적 확대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고요.

다만 각론에서는 아직 여야간, 노사간 의견이 엇갈립니다.

국민의힘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단계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달았죠.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근로기준법을 모든 사업장에 전면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일각에선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영 현실을 고려해 사업주 부담을 줄일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주휴수당이 대표적인데요. 지난 1953년엔 임금이 너무 낮아 보전해주기 위해 도입됐지만 코로나 이후 누적된 부채 등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주휴수당은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 못지 않게 부담스러운 존재가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주휴수당 지급을 회피하기 위해 이른바 '쪼개기 알바'라는 초단시간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사장님들이 늘고 있는 것도 현실이고요.

아울러 연차·가산수당이 갑자기 적용된다면 영세 사업장의 경영상 부담은 더 가중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올해 들어 '약자 보호'를 노동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운 정부는 어쨌든 근로기준법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건 분명한 듯 싶은데요.

하지만 근로시간·임금 등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을 조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결국 어렵지만 험난한 길, '사회적 대화'를 통한 양보와 타협만이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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