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대표팀은 비록 8강에는 실패했지만 유럽 강호들을 대상으로 매경기 후반 종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보였으며, 이번 올림픽을 통해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며 젊은 선수들의 기량이 눈에 띄게 성장해 4년 후를 기대하게 만드는 가능성도 보여주었다.
우빛나(서울시청), 전지연(삼척시청), 김다영(부산시설공단) 등 신진 세력들이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의 미래를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 팀은 물론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의 주축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 미래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지만, 뛰어난 재능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앞으로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의 위상을 드높일 것으로 보인다.
덴마크와의 예선 최종전 전반은 수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공격에서 상대 골키퍼 산드라 토프트에 10개의 슛이 막히면서 답답한 흐름을 보이는 바람에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23개의 슛을 날렸지만 8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초반은 골을 주고받으며 팽팽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실책과 상대 골키퍼에 막히면서 7분 넘게 골을 넣지 못하고 3골을 내줘 3-5로 역전당했다. 다시 5분 만에 골을 넣으면서 5-7로 잘 따라붙는 듯했으나 다시 골키퍼의 세이브에 막히면서 3골을 연속으로 내줘 6-10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4분 동안 골 없이 공방전 벌인 후 1골씩 주고받으면서 8-12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 초반에는 체력이 떨어진 대한민국 선수들이 수비가 안 되면서 실점이 많아져 10분 만에 7골을 내주며 12-19로 격차가 벌어졌다. 골키퍼를 빼고 7명이 공격에 나섰지만, 쉽사리 득점이 이뤄지지 못했다. 승기를 굳히려는 덴마크 역시 골키퍼를 빼고 7명이 공격에 나서 13-23, 10점 차까지 격차가 벌어졌다. 결국 20-28로 패하며 파리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1차 목표로 삼았던 8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선수들은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예선에서 유럽의 강호들과 맞붙게 되면서 1승도 힘겹다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은 위축되지 않고 끝까지 투혼을 발휘했다. 세계무대의 벽이 높다는 걸 실감했지만, 그럼에도 혼신의 힘을 쏟은 선수들의 노력이 많은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올림픽 2연패 등 핸드볼 최강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이 국제대회에서 조금씩 뒤처지던 시점에 과감히 세대교체를 단행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나름의 성과를 이뤘다.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 되면서 거침없이 의견을 주고받는 등 소통의 폭이 넓어져 팀워크가 더욱 단단해졌다. 또 유럽 강호들에 맞서 좋은 경기력으로 현재보다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이번 올림픽은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의 미래를 가늠할 기회였다.
특히 유럽의 강세가 두드러진 최근 상황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유럽 강호들로 이뤄져 죽음의 조로 불린 A조에서 1승도 어렵다는 평가였지만, 첫 경기 독일과의 경기에서 역전극을 일궈내며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유럽팀을 상대로 처음으로 승리하였다.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헨리크 시그넬(스웨덴) 감독이 피지컬 좋은 유럽 팀에 맞는 전략과 전술로 역전승을 일궈내는 등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것 또한 이번 올림픽에서 거둔 성과이자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부활의 신호탄이라 할 수 있다.
헨리크 시그넬 감독은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십으로 선수들이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유럽팀 맞춤형 훈련으로 독일을 꺾고,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 비록 패했지만 경기 막판까지 무너지지 않고 대등한 플레이를 펼치는 등 단기적인 성과는 물론 주축이 된 젊은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활약할 4년 후의 올림픽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대한민국에서 핸드볼은 비인기 종목이지만, 11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세우며 대한민국 구기 종목의 자존심을 지켜왔다. 이는 핸드볼 역사상 최초의 기록으로 대표팀의 끈기와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이다. 올림픽 효자종목이라는 닉네임에도 불구하고 핸드볼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외로운 투혼을 벌여왔다. 하지만 유럽의 강세가 지속되면서 투혼만으로 실력 차를 극복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SK는 지난 2008년 최태원 회장이 협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핸드볼 전용경기장 건립, 대한핸드볼협회 운영 지원, 한국핸드볼발전재단 운영, 핸드볼 아카데미를 통한 지도자 및 선수 육성 등 핸드볼 생태계 기반 구축과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 1500억 원 이상을 지원해 오고 있다.
또한 2023년에는 협회 산하에 실업리그 전담 기관인 한국핸드볼연맹을 설립하여 중장기적으로 프로화를 목표로 신한 SOL페이 23-24 핸드볼 H리그를 출범하면서 외국인 국제 심판 도입,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 비프로 핸드볼 전력 분석시스템 도입, 전경기 생중계 등 공정한 경기 시스템과 팀들의 자발적 경쟁을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도모하였다.
이처럼 한국핸드볼연맹이 국내 핸드볼 리그 활성화를 위해 물심양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여자 핸드볼은 기업팀이 1개뿐이고, 나머지 팀들도 넉넉하지 못한 예산 환경 속에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렵게 첫발을 뗀 H리그의 활성화와 비인기 종목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직장운동경기부를 운영하는 많은 지자체의 제도적인 뒷받침과 함께 더불어 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바탕 하에서 실업 리그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통한 국제 경쟁력 강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고 유소년 육성을 통한 저변 확대, 선수들의 처우 개선을 통한 경쟁력 강화 등 핸드볼 생태계의 선순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젊은 선수들의 성장과 함께 새로운 도약을 향한 준비가 되었음을 보여주었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과 팬들의 많은 응원은 대한민국 핸드볼의 미래를 밝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핸드볼의 저변 확대와 열악한 환경 등이 개선된다면 대한민국 핸드볼은 세계 무대에서 더욱 빛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경제TV 김원기 기자
kaki1736@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