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채 에코프로그룹 전 회장이 광복절 특별 사면을 받았습니다.
에코프로그룹은 경영 공백 해소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속 방전된 2차전지 사업의 새판을 짤 수 있게 됐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배창학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배 기자, 한나절 만 지나면 이동채 전 회장의 사면이 발효됩니다.
이 전 회장이 당장 경영 일선으로 뛰어드는 것입니까?
<기자>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전 회장이 오늘(14일) 자정 석방되지만 당장은 경영 일선에 뛰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에코프로그룹 관계자는 "이동채 전 회장이 단박에 회사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사면이 그룹의 터닝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룹의 오너 부재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계열사들이 사업 구조 재편과 투자 속도 조절 등 여러 결단을 내릴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계열사들은 올해 들어 전기차 등 전방산업의 일시적인 수요 둔화로 후방산업인 2차전지가 시장에서 맥을 못 추면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그룹 내 상장사들(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코프로에이치엔)은 지난 2분기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그룹 지주사 에코프로와 양극재 소재 전구체 제조사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각각 546억 원, 3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습니다.
양극재를 생산하는 에코프로비엠의 영업이익은 39억 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96.6% 줄었습니다.
이에 계열사들의 주가도 휘청이며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습니다.
계열사들은 내년에나 업황이 반등한다는 안 좋은 소식만 듣다가 이동채 전 회장의 사면이라는 좋은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미공개 정보로 차명 계좌를 통해 10억 원 넘는 시세 차익을 남긴 혐의로 징역 2년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었습니다.
<앵커>
오너 부재 리스크 해소에 따른 기대감이 커지면서 에코프로그룹 내 상장사들의 주가 역시 요 며칠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이동채 전 회장이 언젠가 경영에 복귀할 텐데요.
그룹 내 어떤 변화들이 생길까요?
<기자>
에코프로그룹 임직원들은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설이 돌면서 그룹 내 공기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에코프로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그룹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내에서 이 전 회장의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는데, 수장의 재기로 분위기가 고무되고 있습니다.
에코프로그룹은 “이번 사면으로 국가 첨단 전략 사업인 2차전지 사업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며 “임직원 모두 혼연일체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동채 전 회장은 당분간 그룹 계열사들의 사업성을 검토하는 등 구원투수로 등판하기 전 몸을 풀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 구축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은 에코프로의 경북 포항 사업장에서 폐배터리의 재활용부터 원료, 전구체, 양극재까지 배터리 양극 소재를 하나의 단지에서 생산하는 체계로 이 전 회장이 수감 전 배터리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추진하던 사업이었습니다.
포항시는 이 전 회장의 사면을 반겼습니다.
포항시는 "이번 사면으로 에코프로가 5년간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집행하는 2조 원 넘는 투자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앵커>
이동채 전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여러 의사결정을 해야 할 텐데요.
그룹에서는 이 전 회장의 사면 이전에 양극재 생산 능력을 하향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오너와 회사가 한마음 한뜻일까요?
<기자>
잔가지들은 바뀔 수 있겠지만, 뿌리는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에코프로그룹은 지난 컨퍼런스 콜에서 전기차 캐즘 등에 대응하기 위해 양극재 캐파(생산력)를 줄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미와 유럽 등 고객사의 현지화 요구에 따른 투자들은 유지하겠다"고 설명하며 "하반기 중으로 중장기 투자안을 발표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이동채 전 회장 역시 그룹과 궤를 같이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전 회장이 주도했던 사업들은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에서는 충북 청주 오창의 R&D 센터 신축이 재개될 수 있습니다.
센터는 에코프로그룹이 내년 완공을 목표로 약 14만㎡ 부지에 3,000억 원을 투자해 짓기로 했지만, 토지 보상 등으로 1년 넘게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해외에서는 연산 5만 4,000t(톤) 규모의 헝가리 데브레첸 공장이 내년 양산을 목표로 지어지고 있습니다.
에코프로그룹은 국내 양극재 기업 중 처음으로 유럽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이동채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공장 착공식에서 “헝가리는 에코프로의 글로벌 시장 진출 기점"이라고 강조하며 "이곳에서 K-배터리의 위상을 드높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증권사들은 “경영 공백 해소는 호재지만 전방 산업의 재고 조정 등으로 연내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산업부 배창학 기자였습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