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생태계' 무너진다?

입력 2024-08-17 06:09  


애플의 성장을 이끌어온 '아이폰 생태계'가 하나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 등을 제작한 에픽게임즈는 16일(현지시간) 유럽에서 아이폰 사용자들을 위한 대체 앱스토어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아이폰에서 에픽게임즈 게임을 이용하려면 애플이 통제하는 앱스토어에만 가능했는데, 이제 다른 앱스토어에서도 내려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이번 주부터 유럽의 아이폰 이용자들이 자사의 웹사이트에서 음원 구독을 신청할 수 있도록 링크를 유도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아이폰 이용자들은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구독 신청을 할 수 있고 이에 업체들은 애플에 수수료를 내왔다.

애플 앱스토어 외에 다른 앱스토어가 생기고 구독 신청을 해당 업체 사이트로 유도하는 것은 그동안 아이폰에서 허용되지 않았던 일이다.

애플은 또 앞서 아이폰을 결제 단말기에 갖다만 대면 결제가 되는 애플페이 외에 다른 결제 방식도 허용하기로 유럽연합(EU) 경쟁당국과 약속한 바 있다.

애플은 보안 등을 이유로 아이폰 앱스토어 내에서만 다운로드와 결제 등을 허용하며 철저하게 '아이폰 생태계'를 유지해 왔다.

이런 변화는 유럽으로 제한되고 선봉에 나선 업체도 에픽게임즈와 스포티파이 두 곳이지만, 견고했던 '아이폰 생태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부 개발자들은 이를 통해 애플의 통제권에서 벗어날 수 있고 애플에 내는 수수료를 우회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아이폰 생태계'의 변화는 강력한 규제에 따른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3월부터 '빅테크 갑질' 방지를 위한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했다.

애플 등 빅테크가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 생태계를 외부에 개방하도록 하고 있는 이 법은 위반시 전 세계 매출의 10%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앞서 EU 집행위는 지난 6월 애플의 폐쇄적인 앱스토어 운영 방식이 DMA 위반에 해당한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며 대규모 과징금 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애플은 지난 3월에는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EU 집행위로부터 18억4천만 유로(약 2조7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아이폰 생태계는 흔들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플은 미국에서 아이폰 결제 방식과 관련해 에픽게임즈로부터 제소를 당해 4년간의 소송 끝에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라는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애플은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 아이폰의 결제 칩을 개방해 외부의 다른 결제 방식도 허용하기로 했다.

또 지난 3월에는 미 법무부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 대한 불법적인 독점권을 유지해 왔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을 중심으로 새로운 규제와 반독점법, 판결은 애플의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에 균열을 내고 있다"며 "적어도 유럽에서는 앱스토어에 대한 애플의 장악이 느슨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앱스토어를 포함한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은 2023 회계연도 전체 매출의 약 22%를 차지하며 852억 달러(115조4천88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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