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구멍' 실손보험…"비급여 핀셋관리 불가피"

장슬기 기자

입력 2024-08-23 17:30   수정 2024-08-23 17:30

    미흡한 비급여 관리 원인으로 꼽혀
    "도수치료 등 항목별 핀셋규제 필요"
    "비급여 가격 규제 등 개편 움직임도"
    <앵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경제부 장슬기 기자 나와있습니다. 장 기자, 실손보험금 누수 문제는 굉장히 오랜 시간 지적돼 오고 있는데, 대체 근본적인 원인이 뭡니까?

    <기자>
    여러 요인들이 있지만 크게 세 가지로 추려본다면 과거 실손의료보험의 잘못된 설계, 미흡한 비급여 관리 그리고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먼저, 근본적으로 과거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상품을 잘 못 설계한 책임도 있습니다. 현재 손해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품들은 대부분 과거에 출시된 실손보험인데요, 판매 경쟁으로 인해 자기부담률이 대부분 낮은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2003년부터 2009년까지 판매된 1세대 실손보험의 경우에는 자기부담률이 0%입니다. 말 그대로 가입자의 비용부담 없이 진료비에 대한 보험금을 모두 보험사에서 받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혜택이 좋은 보험이겠지만, 반대로 이를 악용하기에도 적합해서 과잉진료, 의료쇼핑이라는 관행까지 이어지게 만든 주범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앵커>
    자기부담금이 없는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기자>
    무려 880만명으로 적지 않은 규모입니다. 이후 출시된 자기부담률 10~20% 짜리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도 무려 2,000만 명에 육박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 항목, 즉 비급여에 대한 관리 체계가 없다는 한계까지 더해지면서 상황은 더 심각해집니다. 비급여는 진료량이나 진료수가를 관리받는 급여와 달리 사실상 의료기관의 자율영역으로, 통제되지 않고 있습니다. 의료기관이 비급여 가격을 임의로 설정하고 진료 횟수나 양도 남용해서 과도한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는 환경인 겁니다.

    통제되지 않는 비급여 문제는 결국 필수의료 공백으로까지 이어집니다. 화면을 보시면요, 최근 5년간 신규개설된 일반의원의 진료과목 신고 현황입니다. 피부과, 내과, 성형외과의 쏠림현상이 뚜렷합니다. 진료가격과 양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비급여로 높은 수익 실현이 가능해지면서,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공급 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이는 또 실손을 악용한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앵커>
    이런 문제점들이 있는데, 그 동안 정부는 왜 강력하게 규제에 나서지 않았던 겁니까?

    <기자>
    실손보험을 강하게 규제할 경우 그 본래의 취지가 흔들릴 우려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을 보완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사보험으로 국민 대다수가 가입해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립니다. 하지만 손해율이 높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그 본래 기능이 위축될 것이고, 결국 국민들의 의료격차도 확대될 우려가 있습니다.

    때문에 당국은 그간 비급여 자기부담률을 단계적으로 높이거나 갱신 주기를 줄이는 정도의 수준으로 실손보험을 개편해왔고요, 지난 2021년에는 보다 합리적인 보험체계를 만들기 위해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 '4세대 실손보험'까지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4세대 가입률은 현재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전히 과거 팔았던 상품의 보험금 누수가 큰 상황이고, 지난해에만 해도 2조 원의 적자가 났습니다. 이렇다보니 아예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들도 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고 매년 수 조원의 적자를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대안책은 없습니까?

    <기자>
    실손보험금 지급 기준을 전반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누수가 큰 비급여 항목별로 규제를 해 나가는 '핀셋규제'가 현재 거론되고 있습니다. 앞서 리포트에서 보신 것처럼 영양제나 무릎주사, 도수치료와 같이 과잉진료가 주로 이뤄지는 항목에 대해 단계적으로 가격규제나 횟수제한 등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오고 있고요.

    특히 보험업계에서는 '부르는 게 값'인 비급여 가격에 대한 기준, 수가 마련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에 복지부 주관의 의료개혁특별위원회와 금융당국 주관의 보험개혁회의에서 실손보험 개편작업을 시작했는데요,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에 대한 문제의식에 대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비급여 가격 규제와 관련한 새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앵커>
    경제부 장슬기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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