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로 빙하 소멸"…곳곳서 빙하 장례식

입력 2024-08-26 21:13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세계 곳곳에서 '빙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2019년 8월 아이슬란드 오크 화산에서 장례식이 열렸다. 700년 된 '오크예퀴들'(Okjokull) 빙하가 기후변화로 녹아내려 5년 전 소멸한 것을 추모하기 위한 '빙하 장례식'이었다.

몇주 뒤에는 스위스 북동부 글라루스 알프스산맥에서 '피졸'(Pizol) 빙하 장례식이 진행됐다. 피졸 빙하는 2018년 이후 조금씩 녹아내렸고 2019년에는 더 이상 빙하라고 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이처럼 전 세계에서 수천개의 빙하가 사라지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올해 마지막 빙하를 잃었고, 뉴질랜드에서도 적어도 264개의 빙하가 자취를 감췄다. 미국 서부에서는 20세기 중반 이후 400여개의 빙하가 소멸했다.

스위스 연구진은 1천개 이상의 작은 빙하가 사라졌다고 집계했고, 동아프리카에 남아있는 빙하는 2㎢도 되지 않는다.

WP는 기후변화로 사라지는 빙하가 늘어나자 과학자들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처럼 소멸하는 빙하도 기록해나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크 빙하 장례식이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소멸하는 빙하를 지도화하는 데 기여한 셈이다.

오크 빙하 장례식을 기획했던 미국 텍사스주 라이스대학 소속 인류학자인 시멘 하우와 도미닉 보이어는 남아메리카와 아시아, 인도 등지에서 소멸 위기에 처해 있거나 사라진 빙하 15개를 보여주는 빙하 '사상자 명부'(casualty list)를 만들었다. 포틀랜드 주립대의 빙하학자인 앤드루 파운틴은 미국 서부를 시작으로 남아 있는 빙하를 정리한 '빙하 재고 목록'도 작성하기 시작했다.

스위스 빙하학자 마티아스 후스는 세계적으로 1만개가량의 빙하가 사라질 수 있다고 추정했다. 중국 빙하학자들은 자국에서만 8천개 이상의 빙하가 소멸했다고 보고 있다.

매사추세츠 니콜스대 교수인 빙하학자 마우리 펠토는 빙하가 다시 커지려면 태평양 북서부에서 수년 동안 평균 적설량이 적어도 20% 이상은 증가해야 하며 여름도 더 시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세계 평균 기온이 1년 넘게 최고 기록을 경신한 점을 고려하면 빙하가 다시 생성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후스는 "가장 작은 빙하가 계속 사라지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당장 오늘 멈춘다고 해도 되돌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작은 빙하들은 이미 늦었다고 하더라도 큰 빙하를 되살리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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