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일제히 목표가 올렸지만…엔비디아 6.3% 급락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4-08-30 07:37  



미국 뉴욕증시가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실적 충격으로 혼조세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종 전반의 약세가 나타났지만, 상대적으로 올해 덜 오른 다우 편입종목과 소형주로 매수세가 이동하면서 다우존스 지수가 장중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현지시간 29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22포인트, 보합권인 5,591.96에 장을 마쳤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39.6포인트, 0.23% 하락한 1만 7,516.43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이날 엔비디아가 급락하는 가운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한때 2%대 상승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43.63포인트, 0.59% 오른 4만 1,335.05로 장을 마쳤다. 장중 다우지수는 4만 1,577선으로 고점을 경신했다.



● 여전히 강한 성장..2분기 GDP 연율 3.0%

이날 나온 거시경제 지표는 일제히 시장 기대치치를 넘어섰다. 미 상무부에서 공개한 2분기(올해 4~6월) 미국 GDP 잠정치는 지난 속보치보다 0.2%포인트 오른 3.0%를 기록했다. 미 경제분석국은 소비지출의 강세와 민간 기업의 재고투자 증가를 반영해 성장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경기 둔화 우려에도 미국 개인소비는 상품, 서비스, 의료 전반에서 강세를 보였다.

같은 지표에 포함되어 있는 2분기 개인소비지출은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더 낮아졌다. 전체 PCE 물가는 2.6%에서 2.5%로 조정됐고,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물가는 2.9%에서 2.8%로 낮아졌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23일 잭슨홀 심포지움 기조연설에서 밝힌 대로 2% 물가에 대한 진전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침체의 징후로여겨지는 고용 우려도 덜어냈다. 미 노동부가 공개한 주간신규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지난 24일까지 23만 1천 건으로 수정 조정한 직전 주간 집계보다 2천 건 적었다. 4주 이동평균으로 추적한 실업수당 청구도 23만 1천 건으로 안정적 고용 상황이 이달 내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직전주 185만 5천 건보다는 높지만 예상치 187만 건보다 2천건 적은 186만 8천 건을 기록했다.

파월 의장이 "정책 전환의 때가 됐다"는 발언으로 9월 인하 수순에 돌입했지만 연준 위원들은 시장 기대치를 낮추기 위한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매파로 분류하는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조지아 스탠포드 클럽 강연에서 "금리인하의 때가 왔지만, 다음 달까지 추가적인 지표를 더 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폈다. 보스틱 총재는 "금리를 내렸다가 다시 올리는 상황은 원치 않는다"면서 "신중한 정책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 GDP 지표와 고용 지표 강세로 인해 국채금리는 장중 상승세를 이어갔다.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하루 전보다 2.4bp 오른 3.865%를 기록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덜어내며 변동성 지수(VIX)는 8.53% 내린 15.65를 기록했다.

● 엔비디아 쇼크에 반도체 인덱스도 주춤…애플·MS로 버텼다

엔비디아가 4분기 마진 하락 가능성을 예고한 뒤 이날 내내 낙폭을 키워 6.38% 가량 급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골드만삭스의 토시야 하리 애널리스트는 "4분기 총마진은 70% 초반으로 운용 비용을 반영해 기대치를 재설정해야 할 것"이라며 "2026/2027 회계연도 총마진 예측치는 2%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이후 두 자릿수 어닝 서프라이즈 기대치는 낮췄지만 여전히 북미 최선호 종목(컨빅션 리스트)로 목표가 135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기존 목표가 150달러에서 165달러, 모건스탠리, 베어드는 150달러로 상향조정했고, 웰스파고, JP모건 등 상당수 월가 투자은행이 전날 실적을 반영한 낙관론을 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기술주 분석의 대가로 불리는 나일스 인베스트먼트의 댄 나일스는 "하이퍼스케일러로 불리는 기업들이 2022년 팬데믹 기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엔비디아 주가가 소화 기간을 거쳤다"며 "향후 6개월간 이와 비슷한 소화과정을 거치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가운데 엔비디아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오픈AI의 신규 투자자로 참여할 것이라는 소식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전해졌다. 오픈AI는 지난해 12월부터 트라이브 캐피탈을 통한 자금 모집을 모색해왔으며 기업가치는 1천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애플은 이러한 뉴스 속에 이날 1.46%, 마이크로소프트는 0.61% 올라 나란히 시가총액 1, 2위에 올랐다. 엔비디아는 실적 충격에 시가총액 3조 달러와 시총 3위 자리를 모두 내줬다. 나머지 기업들 가운데 결제주와 보안 관련주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 결제·보안 관련주 동반 강세…소비 양극화에 유통주 희비

어펌 홀딩스가 전날 시간외에서 2분기 주당순손실 14센트로 월가 예상의 절반 이하로 적자를 줄이고 내년 흑자전환 기대를 높이면서 이날 하루 32% 가까이 뛰었다. 페이팔홀딩스와 블록 등도 각각 3% 안팎 상승세를 보였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전날 마감 후 실적에서 지난 7월 19일 보안 사고 여파에도 주당순익 1.04달러로 월가 컨센서스 0.97달러를 넘어섰다. 또한 3분기 가이던스는 소폭 낮췄으나 주요 고객 이탈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2.83%올랐고, 이런 소식에 팔로알토네트웍스고 2% 가량 상승세를 이어갔다. 각국의 통화정책 전환기에 주요 은행들의 실적도 주목을 받았다. 캐나다 대형투자은행인 RBC는 전날 회계연도 3분기 순익 44억 9천만 달러, 조정 순익 3.26달러에 부실 대출 비중은 0.27%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날 장중 사상 최고가를 썼다.

미국 유통기업들은 핵심 소비층의 소득 수준에 따라 실적이 엇갈렸다.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를 주력으로 하는 베스트바이는 비용 절감과 신학기 태블릿 구매 등으로 인해 지난 분기 순매출 92억 9천만 달러, 주당순익 1.34달러로 예상치를 상회했다. 연간 가이던스도 조정 순익 기준 6.1~6.35달러로 기존 전망 5.75~6.2달러를 넘겼다. 반면 저소득층이 주력인 달러제너럴은 이날 32% 급락했다. 토드 바소스 최고경영자는 "핵심 고객의 재정적 제약에 대응하고 있다"며 연간 주당순익 전망치를 2달러 가까이 낮춘 5.5~6.20달러로 제시했다.

장 마감 이후 실적을 공개해야 할 갭은 이날 오전 홈페이지 오류로 실적을 미리 밝혀 SEC에 신고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이런 사고에도 갭은 지난 분기 매출 37.2억 달러, 주당순익은 약 2배 성장한 54센트를 기록해 1.6% 상승을 보였다. 워런 버핏의 벅셔 해서웨이는 이날 거래에서 0.8% 가량 올라 A주 기준 주당 70만 달러를 넘겼다. 한 주당 가격은 우리 돈 9억 3천만원에 이른다.

실적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시장 한켠에서 유가 관련한 엑슨모빌과 코노코필립스 등이 1%대 상승세를 보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리비아를 양분하고 있는 군부가 생산 시설 폐쇄를 확대하면서 하루 약 70만 배럴의 공급이 막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할당량 이상 생산해온 이라크가 다음 달부터 약 10% 가량 감산 처분을 받으면서 공급 축소 영향을 키웠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88% 오른 배럴당 75.92달러까지 올랐다. 국제 금가격도 0.67% 상승세를 되찾으며 트로이온스당 2,554.70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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