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가 대형 금융기업들의 실적 우려로 크게 흔들렸다. 오라클의 전날 깜짝 실적에 기술주 반등이 일부 나타났지만, 애플과 알파벳이 유럽에서 과징금 패소 판결을 받으면서 반등 동력이 다소 약해졌다.
현지시간 10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47포인트, 0.45% 오른 5,495.5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141.28포인트, 0.84% 뛴 1만7,025.88을 기록했다. 반면 애플과 금융주, 에너지주 하락 여파로 다우존스 지수는 92.63포인트, 0.23% 내린 4만 736.96에 그쳤다.
● 소상공인 체감 경기는 꺾이기 시작…CPI 경계감 지속
이날 경제 지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재료가 됐다. 전미 소상공인연맹이 집계한 8월 NFIB 경기낙관지수는 91.2포인트로 한 달 전과 비교해 2.5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2년 6월 이후 최대폭으로 최근 반등 추세가 확연히 하락세로 돌아섰음을 의미한다. 소기업들의 향후 3개월 이내 채용 계획 응답도 13%로 전월보다 2%포인트 내렸다. 빌 던켈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상공인의 매출 기대치가 크게 하락하고, 비용 압박에 향후 사업에 대한 낙관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물가 상승 압박을 주던 국제유가는 이제 경기 침체 전망을 반영하며 큰 폭의 하락을 이어갔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이 월간 보고서를 통해 올해와 내년 연간 수요 전망을 두 달 연속 낮췄다. OPEC이 예상한 올해 석유 수요는 하루 203만 배럴로 한 달 전 예측인 211만 배럴보다 8만 배럴 줄었고, 내년 전망치도 종전 178만 배럴에서 174만 배럴로 재차 낮아졌다.
OPEC은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와 신에너지차의 보급 확대로 인해 디젤과 휘발유 소비 수요가 줄고 있는 점을 수요 약화 배경으로 봤다. 이러한 여파에 이날 뉴욕상업거래소( 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3.46% 내린 배럴당 66.33달러에 그쳤다. 런던 ICE선물 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69달러 선에 그쳤다.
이날 시장은 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경계감이 일부 나타났지만, 월가 투자은행들은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월가 전망치는 헤드라인 기준 0.2%로 전월과 동일하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 물가 지수도 0.2%다. 이를 소수점 둘째짜리까지 쪼개어 보면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7월 0.17%(반올림 시 0.2%)에서 8월 0.21%(반올림 시 0.2%)로 소폭 반등한 것으로 나타난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항공요금과 의료 서비스비용의 일부 반등이 예상되지만 주거비가 내려가면서 전체 물가 상승 압력을 덜어낼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골드만삭스도 주택소유자의 등가임대료(OER)은 0.33%, 임대료는 0.29%로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가량 내릴 것으로 봤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등 서부 지역 임대료의 강세는 계절적 영향으로 이번 지표에선 크게 완화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이런 전망 속에 시장은 연준이 오는 18일 25bp 인하할 가능성을 여전히 크게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 기준 25bp인하 확률은 67%로 하루 전보다 4%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씨티그룹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 0.1%로 낮아진다면 연준이 50bp 인하할 가능성도 기본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 기술주 희망 되살린 오라클…애플은 EU 과징금 철퇴
하루 전 오라클이 AI에 기반한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가 강력하다고 보고한 여파에 마이크로소프트 2.09%, 아마존 2.37% 등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오라클은 11.4% 급등했다. 아마존은 골드만삭스로부터 AI 투자를 바탕으로 한 수익화 기대에 컨빅션리스트(최선호 종목) 지정을 받아 주가 상승폭을 키웠고, 엔비디아도 이러한 수요 기대 속에 1.53% 소폭 회복세를 보였다. 하루 전 애플의 아이폰16 공개로 관련 부품주인 브로드컴도 크게 뛰었다. 애플이 이번 모델부터 Wi-Fi7을 표준으로 채택하면서 관련 통신 반도체를 공급하는 브로드컴이 5.25%, 퀄컴도 일부 부품 수혜가 예상돼 0.57% 올랐다.
반면 애플은 전날 아이폰16에 대한 미지근한 반응과 유럽연합으로부터 거액의 과징금 판정을 받은 여파로 0.36% 내렸다.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이날 애플에 130억유로(약 19조 원) 규모의 체납 세금 납부 명령을 내렸다. EU는 2016년 애플이 아일랜드 자회사를 통해 부당하게 세금을 적게 내왔다고 보고 과징금을 매긴 바 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또한 구글에 대해서도 검색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24억 유로(약 3.5조 원)의 벌금을 내도록 판결했다.
● JP모건 한때 7% 급락…잇따라 실적 악화 예고
기술주들의 이러한 변동 속에 시장의 우려를 키운 건 금융주다. 이날 뉴욕 바클레이스에서 열린 투자은행 콘퍼런스 중 다니엘 핀토 최고운영책임자 겸 투자은행부문 사장은 "시장의 순이자수익(NII)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은 더 어려울 것"이라며 당초 전망한 올해 900억 달러의 NII 수익과 내년 940억 달러 전망치 하향 필요성을 시사했다.순이자수익(NII)는 은행이 대출 또는 투자 등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과 예금 이자로 지급한 비용의 차이로 핵심적인 금융사 수익 지표에 해당한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신규 대출과 채권의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는 등 은행 경영에 부담을 주게 된다. 이 발언의 여파로 JP모건 체이스는 오전 한때 7% 넘게 급락했고 오후에도 낙폭을 크게 회복하지 못한 채 5.19% 하락 마감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 금융기업들은 연준의 금리인하를 앞두고 수익 악화 가능성을 줄줄이 예고햇다. 앨리 파이낸셜도 신용 관련 사업 수익의 악화를 인정하면서 17% 폭락했다.
연초 증권 거래 회복과 채권 시장 호전으로 호실적을 냈던 투자은행들도 이러한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22년말 정리를 시작한 소비자부문 축소 여파에 이번 3분기 4억 달러의 세전 적자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거시 경제 환경 악화와 최근 시장 급락 등으로 FICC 등 관련 수익의 10% 감소를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의 마이클 바 부의장이 브루킹스 연구소 연설에서 대형 은행에 대한 자본 규제 수정안을 공개해 또 한 차례 시장을 흔들었다. 당초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은 지난해 의회 증언에서 바젤Ⅲ 규제에 따른 은행들의 자본 확충안을 수정할 것을 시사해왔다. 연준은 이번 수정 초안에서 초대형 투자은행을 기준으로 자본을 9% 이상 더 추가하고, 중소규모 은행은 3~4% 늘리는 방안을 요구하는 안으로 잠정안을 마련했다. 이 방안은 연방예금보험공사 등의 동의를 얻어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해당 규제안이 확정될 경우 JP모건은 지난 2분기 기준 자기자본비율 15.3%로 여기서 추가로 9%를 늘린 24.3%를 마련해야 한다. 이런 악재들 속에 씨티그룹이 -2.67%, 웰스파고도 1.17% 내렸고, PNC파이낸셜, 키뱅크 등이 1~2% 약세를 보였고, KBW 은행지수도 1.84%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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