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 부과한 사례도 있어
지금은 이런 명의신탁 행위가 모두 불법이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법적으로 소유관계를 공시하도록 규정한 재산에 대해 실제 소유자가 아닌 타인의 명의로 등재하는 행위는 모두 무효다. 법망을 피해 진행시킨 명의신탁 행위가 과세당국에 적발되면 거래 당사자인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모두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
제조기업인 Y사의 이 대표는 최근 약 5억 원의 증여세를 납부하게 됐다. 명의신탁주식을 환원하는 과정에서 양도 및 양수의 방법을 활용했는데, 과세당국이 양도의 형식을 빌려 주식을 무상으로 이전받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밀부품을 생산하는 W사의 김 대표도 명의신탁주식으로 인해 약 7억 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했다. 1993년 법인 설립 당시 발기인이었던 지인 박 씨가 명의수탁자 진술서 및 확인서를 제출하며 명의신탁주식 환원을 도왔으나 김 대표가 명의신탁주식 보유 기간 동안 배당을 한 것이 종합소득으로 간주됐고, 신고불성실가산세까지 추가되는 바람에 예상에 없던 거액의 세금을 납부하게 된 것이다.
과세당국은 명의신탁 행위를 근절하고자 국세행정 시스템 NTIS(Neo Tax Integrated System)를 도입하여 기업의 주식 보유 상황을 중심으로 양도, 취득 등 변동 사항과 세금 납부 현황을 데이터화하여 모니터링하고 있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16년부터 5년간 주식 변동에 따른 추징 세금이 2조 2,526억 원이며, 이 중 1조 2,216억 원이 명의신탁주식에 의한 추징금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과세당국은 명의신탁 행위를 증여로 간주하고 막대한 세금을 물리고 있다. 그렇다면 증여세 납세 의무는 누구에게 있을까? 2018년을 기점으로 변화가 크다. 이전까지는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가 과세되었으나 세법이 개정되어 2019년부터는 명의신탁자에게 증여세 납세 의무가 있다.
하지만 명의수탁자를 납세의무자로 지정해 증여세 및 가산세 부과를 결정한 대법원 판결도 있었다. 현행 세법에 따르면 재산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달라 증여로 의제되는 경우, 명의수탁자에게 증여세 과세표준 등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명의만 빌려준 것일지라도 증여세 납세 의무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세금을 제외하고도 명의수탁자의 변심으로 인해 명의신탁주식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거나 명의신탁 사실을 부인하는 등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또 명의수탁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 명의신탁주식이 상속재산에 포함되어 상속인에게 상속될 수 있으며, 신용상의 문제로 인하여 주식이 압류되는 경우 실명 전환이 어려울 수 있다.
특히 ‘실질적 주주와 형식적 주주가 다를 경우, 형식적 주주라 하더라도 주주의 권리를 가질 수 있다’라는 대법원의 판결로 인해 수탁자가 변심해 경영상 권리를 행사하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명의신탁주식을 환원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명의신탁주식 실소유자 확인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활용하려면 조세 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할 서류를 갖춰야 한다. 증빙서류가 없는 경우 거액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 제도를 활용해 명의신탁주식을 해지한 경우, 실제 소유자 명의로 환원된 사실에 대한 증여세는 과세되지 않지만 명의신탁주식 발행 시점에서 주식 평가액 기준으로 수탁자에게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유상증자로 인해 수탁자에게 추가 배정된 주식이 있는 경우에도 증자 시점에서 주식 평가액을 기준으로 수탁자에게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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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작성] 이한섭 /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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