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을 앞두고 월가에서 0.5%포인트 인하에 대한 기대를 크게 반영하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더딘 속도로 떨어지는 인플레이션 지표와 고용 지표로 인해 연준의 통화 완화를 경계하던 시장의 흐름이 하루 만에 뒤바뀌었다.
현지시간 13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26포인트, 0.54% 뛴 5,626.02로 5,600선을 되찾았다. 나스닥 역시 114.3포인트, 0.65% 오른 1만 7,683.98,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297.01포인트, 0.27% 상승한 4만1,393.78로 올라섰다. 금리인하로 인한 통화가치 하락 전망에 국제 금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트로이온스당 0.99% 오른 2,606.20을 기록했다. 금값은 이날 2,613선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미 연준의 비공식 대변인으로도 알려진 닉 티미라오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를 비롯해 파이낸셜타임스 등에서 50bp 인하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시사하면서 시장의 투자심리가 크게 살아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날 제롬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를 앞두고 '크게 시작할 것인가, 작게 시작할 것인가' 딜레마에 있다는 보도를 통해 50bp 인하를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제롬 파월 의장의 수석 고문을 지낸 존 파우스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해당 보도에서 "사전에 50bp 인하해야 하는 상황에 있지 않다고 보지만, 50bp로 통화정책 전환을 시작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연준이 이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도 전날 "노동시장 둔화 위험이 있다면 50bp 인하의 강력한 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들로 인해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에서 선물시장을 바탕으로 연준 금리인하 폭을 전망한 페드워치(FedWatch)에서 하루 전 15%선까지 낮아졌던 50bp 인하 확률은 이날 오후 55%로 치솟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BTIG의 조나단 크린스키는 "지난 24시간 동안 가장 큰 뉴스는 다음 주 연준이 50bp 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소형주가 더 나은 위험 보상 수익률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시장의 반응으로 인해 뉴욕증시에서도 경기민감 종목이 기술주 상승폭을 넘어섰고, 소형주를 대표하는 러셀2000 지수가 2.47% 강세를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 국채금리도 일제히 하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6.1bp 내린 3.587%까지 내렸고, 10년물 국채금리는 2.3bp하락한 3.657%를 기록했다.
이날 나온 경제지표는 인플레이션 둔화와 미국 경기의 완만한 하락을 시사했다. 미시간대에서 집계한 기대 인플레이션은 1년 기준 2.7%로 예상치보다 0.1%포인트 낮았고, 5년 이상 인플레이션 전망은 3.1%로 소폭 상승했다. 함께 집계한 9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69포인트로 두 달 연속 상승이자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현재 상황지수도 62.9포인트로 전월보다 1.6포인트, 기대지수는 73포인트로 0.9포인트 상승했다. 조앤 슈 미시간대 설문조사 책임은 "노동 시장에 대한 전망은 악화하는 가운데 가계의 재정과 경기에 대한 전망은 회복세를 보였다"고 진단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는 주간 보고서에서 오는 11월 미 대선 전까지 시장의 모습은 "다이하드(1988년)의 브루스 윌리스가 유리조각에서 맨발로 싸우는 장면"같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해 채권과 금, 원자재 등에 주목한 투자가 유용하다고 봤다.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채권시장의 강세가 예상되고,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미 정부부채로 인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금 투자가 유망하다는 설명이다. UBS도 이날 보고서에서 "올해 위험 분산 투자로 금 가격이 23% 올랐다"며 "내년 중반까지 트로이온스당 2700달러, 내년 9월 2,7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UBS는 "인도의 금 수입관세 철폐와 미국 유럽의 금리인하 영향, 금 ETF에 대한 수요 등으로 가격 상승이 이어질 수 있다"면서 "포트폴리오의 약 5%를 담아두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 심리가 살아나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날 0.84%, 알파벳이 1.82% 뛰는 등 기술주의 일부 강세가 나타났다. 오전까지 시장 강세를 이끌던 오라클과 엔비디아는 주말 일부 차익 매도가 나오면서 각각 0.4%상승, -0.03%하락으로 상승분을 반납했다. 소형주로 순환매가 나타난 가운데 호실적을 낸 RH가 25.49%, 바이오엔테크 17.5%, 노바벡스 14% 강세를 보였다. 유나이티드항공은 일론머스크가 이끄는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와 제휴를 통해 내년부터 대규모 무료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전망에 1.15% 올랐고, US스틸은 백악관이 일본제철과 합병 차단을 미루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3.83% 뛰었다.
반면 보잉은 임금협상안의 부결로 노조 파업이 시작되고, 신용평가업체의 등급 강등 예고에 3.69% 내렸다. 무디스는 이날 보잉에 대해 파업과 현금흐름 악화에 따라 Baa3 등급을 내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보잉은 450억 달러의 부채를 떠안고 있지만 항공기 제작과 인도 지연 등으로 내년 잉여현금흐름 악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기업인 어도비도 전날 4분기 주당순익 4.63~4.68달러의 가이던스가 컨센서스 4.68달러를 밑돌면서 이날 8.47% 급락했다.
미 뉴욕증시는 8월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등 핵심 지표를 확인하고 본격적인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전환을 기다리는 일주일을 맞이하게 됐다.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현지시간 17일과 18일 양일간 회의를 마친 뒤 18일 오후 2시(한국시간 오전 3시) 성명서 발표와 30분 뒤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으로 2020년 이후 4년 만에 금리인하를 확정할 전망이다. 이번 회의는 매 분기마다 제공하는 경제전망(SEP)과 금리인하 속도를 가늠할 점도표가 함께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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