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탑승 중 이륙 직전 내려 달라고 요청하는 '자발적 하기(下機)' 사례가 지난 5년 8개월간 2천500건 넘게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염태영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 공항에서 발생한 '하기' 사례는 총 2천965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기체 결함, 지연, 운항 취소 등 불가피한 사정에 의한 '비자발적 하기' 417건을 제외한 '자발적 하기'는 2천548건으로 전체의 85.9%를 차지했다.
'자발적 하기'는 2019년 401건에서 2020년 코로나19로 항공편 운항이 감소하자 252건으로 줄었다. 그러다가 다시 하늘길이 열리기 시작한 2021년 417건으로 늘었고, 2022년 542건, 지난해 523건으로 증가 추세다. 올해는 8월까지 이미 413건이 발생했다.
'자발적 하기' 사유로는 '건강상 문제'가 54.9%(1천399건)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일정 변경'(10.7%·273건)과 '가족·지인 사망'(5.6%·142건) 등 납득이 가는 사유가 많았으나, '단순 심경 변화'로 인한 하기도 전체의 15.3%(389건)에 달했다.
'단순 심경 변화'의 구체적 사례는 물품 분실, 동행자와의 다툼, 요금 불만 등 긴급 사안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사생팬'(사사로운 일상생활까지 추적하는 극성팬)이 연예인을 보기 위해 비행기 표를 끊고 탔다가 이륙 직전에 내려달라고 하는 사례도 있었다.
항공보안법 등에 따르면 승객이 이륙 전에 내릴 경우 항공사는 공항 당국에 이 상황을 의무적으로 알려야 한다.
이후 공항테러보안대책협의회 판단에 따라 기내 전면 재검색 등 필요한 보안 조치를 취해야 한다.
기내 전면 재검색을 하는 경우 모든 승객이 기내에서 내려야 하는 것은 물론, 휴대·위탁 수하물도 모두 꺼내야 해 이륙이 1∼2시간 이상 지체되기도 한다.
지난 7월에는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이륙을 앞둔 김포행 대한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 한 명이 갑자기 내리겠다고 요구하면서 출발이 1시간가량 늦어지고 승객 220명이 불편을 겪는 일이 있었다.
염태영 의원은 "이륙 직전 자발적 하기는 다른 승객과 항공사에 큰 손해를 끼치는 만큼 사안에 따라서는 승객이 피해를 보상하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승객들도 이런 행위가 심각한 항공 보안 위협 사안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매우 긴급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삼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