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은행들의 강한 실적과 인플레이션 선행 지표인 생산자물가지수가 시장 예상 수준을 나타내면서 증시가 반등을 이어갔다. 현지시간 1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4.98포인트, 0.61% 오른 5,815.03,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60.89포인트, 0.33% 상승한 1만 8,342.94를 기록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409.74포인트, 0.97% 뛴 4만2,863.86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오전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미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올해들어 이어지고 있는 물가 둔화 경로를 다시 한 번 재확인시켜줬다. 전체 최종수요 상품의 물가는 지난 8월과 비교해 0.05%, 보합에 그쳤다. 에너지, 식품 등을 뺀 근원 생산자물가지수는 0.2%로 시장 전망인 0.2%와 동일했다.
● 우려 잠재운 생산자 물가…전월대비 보합
미시간대에서 집계한 소비자신뢰지수는 생산자 물가지표와 함께 연준의 통화 완화에 대한 불씨를 살렸다. 10월 소비자신뢰지수는 68.9로 지난 9월 70.1보다 1.1포인트 낮았다. 조앤 슈 설문조사책임은 "강한 고용에도 높은 물가 부담으로 인해 소비자자 심리가 하락했다"고 진단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지수도 62.7로 지난 조사(63.6)보다 낮았고, 앞으로 6개월 간의 경기에 대한 기대치도 72.9로 지난달 74.4를 밑도는 등 취약한 심리를 그대로 나타냈다.
전날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가 11월 금리인하를 건너 뛸 것을 제안하는 등 연준 내 매파 기류가 강해졌지만, 시장은 여전히 소폭의 인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 기준 25bp(1bp=0.01%) 인하 전망은 89.9%, 동결 확률은 10.1%로 하루 전보다 동결 가능성은 절반 수준으로 낮게 반영됐다.
● 시장 밀어올린 대형은행…JP모건 깜짝 실적
미국의 경기 약화 가능성으로 조정을 받았던 은행주는 예상을 깬 3분기 실적으로 전체 시장의 상승 동력을 제공했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 체이스는 올해 3분기 기준 주당순이익 4.37달러로 LSEG가 집계한 월가 컨센서스 4.01달러를 웃돌았다. 매출도 전년대비 6% 증가한 433억 3,200만 달러로 컨센서스인 416억 6,300만 달러를 상회했다. 또한 핵심 수익인 순이자이익은 235억 달러로 전년대비 3% 증가해 컨센서스 227억 3천만 달러보다 높았다.
또한 JP모건이 제시한 올해 연간 순이자이익 전망치는 925억 달러로 기존 예상치 910억 달러를 너어섰고, 비용 지출은 915억 달러로 당초 전망보다 5억 달러 줄었다. JP모건의 다니엘 핀토 최고운영책임은 지난 달 바클레이스 글로벌금융서비스 콘퍼런스에서 월가가 기대한 연간 940억 달러의 매출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라고 밝혀 시장의 충격을 준 바 있다. 제러미 바넘 최고재무책임은 "순이자이익은 향후 반등하기 전에 낮아질 수도 있다"며 추가적인 실적 회복 가능성을 열어뒀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최고경영자 겸 회장은 이날 실적 발표 성명에서 "한동안 지정학적인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왔다"며 "최근의 사건은 더 위험하고 상황이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그는 "연준(Fed)의 연착륙 시사에도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하고, 대규모 재정적자와 인프라 수요, 세계의 재군사화 등 우려가 있다"고 경계를 이어갔다. 웰스파고도 이날 개장 전 3분기 조정 주당순익 1.52달러로 컨센서스 1.28달러를 상회한 실적을 냈다. 이날 JP모건과 웰스파고는 깜짝 실적에 각각 4.44%, 5.61% 뛰었고, 씨티그룹(3.56%), 뱅크오브아메리카(4.95%) 등도 강세를 보였다.
세계 최대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 분기에만 2,212억 달러, 우리 돈으로 298조 5천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 순유입을 기록했다. 블랙록이 보유한 운용자산은 11조 4,800억 달러, 우리돈 1경 5,490조 달러로 폭증했다. 블랙록은 125억 달러에 글로벌 인프라파트너스를 인수하고, 연내 장외 데이터 관리업체를 추가로 인수하는 등 기존 상장지수펀드(ETF)외에 대체투자, 사모시장으로 외형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날 주가는 이러한 성장 속도로 3.63% 강세를 보였다.
● 테슬라 실망 매출 쏟아졌다..우버·리프트 10%안팎 강세
기술주 가운데 하루 전 10월 10일 로보택시 공개 행사를 연 테슬라가 월가의 실망 매물로 8.78% 내렸다. 테슬라는 전날 로스엔젤레스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약 2천명의 초청 인사와 함께 2인승의 자동 윙도어를 갖춘 사이버캡 공개 행사를 열었다. 사이버캡을 타고 무대까지 자율주행 택시를 시연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3만 달러 미만에 차량을 구입할 가능성과 2026년 생산에 돌입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20인승 규모의 사이버 밴과, 휴머노이드로봇 옵티머스 3세대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행사 시점에서 야간 시장에서 반짝 상승했던 테슬라는 짧은 행사와 세부적인 차량 정보 부족에 하락 전환했다. 테슬라 강세론자인 애덤 조나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조차 "이게 다인가? 상세 정보가 부족하다”라는 보고서로 시장의 매도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테슬라의 기대를 모은 'We, Robot' 이벤트는 예상된 사이버캡을 선보였으나, FSD, 차량 공유 경제 및 시장 진입 전략에 대한 정보 부족 등 여러 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애덤 조나스는 "차량 공유 서비스에 대한 경제적 수치, 시장 진입 전략에 대한 신중한 입장, 테슬라와 xAI 간의 관계에 대한 잠재적인 설명 혹은 '마스터 플랜 4'에 대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프레젠테이션의 내용과 세부 사항에서 전반적으로 기대 이하였고. 우리는 이번 행사 이후 테슬라 주식이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역시 “디테일 부재에 실망했다”는 보고서를 통해 군중에 섞여 대화를 하는 등 옵티머스의 발전은 매우 인상적이고 사이버캡의 디자인도 이상적이지만 사업계획과 성능에 대해 평가하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다만 "옵티머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논의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테슬라가 장기적으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및 자율주행차(AV) 분야에서 유리한 입지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장기적으로 긍정적 전망을 유지했다. 또한 로보택시에 대해서도 "차량이 주당 몇 시간만 사용된다는 점을 들어 자율주행 차량이 최대 5배에서 10배까지 더 많이 활용될 수 있다"며 "비용 측면에서 중요한 점은 테슬라는 사이버캡의 평균 운영 비용이 마일당 약 0.20달러, 세금과 기타 비용을 포함해 마일당 0.30~0.40달러로 가격이 책정될 것"이라며 성공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9분간 열린 행사는 우버에게 구글 웨이모 등 파트너십 기회를 마련해줬다"며 테슬라가 아닌 우버에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제프리스는 "빈껍데기 택시, 우버에게 최상의 결과"라는 보고서로 로보택시에 대한 일론 머스크의 야망과 달리 강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평가 속에 테슬라가 하락한 이날 우버가 10.81%, 리프트는 9.59% 뛰는 등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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