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산업장관 "韓 반도체, 도시바·인텔처럼 몰락 가능성"

전효성 기자

입력 2024-10-14 16:58  

한경협 '반도체 패권 탈환 위한 과제' 특별대담

역대 산업부 장관들이 한국이 반도체 강국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과감한 혁신과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과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던 도시바와 인텔의 몰락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속도감 있는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14일 역대 산업부 장관을 초청해 '반도체 패권 탈환을 위한 한국의 과제' 특별대담을 주최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 보조금 쏟아붓는 미·일·중…韓, 직접 보조금 0원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 지원책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미국, 중국, 일본은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혜택을 자국 기업과 현지 투자 기업에 제공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데 인색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반도체 생산능력이 중국과 대만에 갈수록 뒤쳐질 수 밖에 없다"며 "첨단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 싸움에서도 패배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존재한다"고 우려감을 전했다.

김 부회장은 한국도 주요 반도체 경쟁국가처럼 '보조금 지급'이나 '직접환급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자국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 85억달러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원한 바 있다.

직접환급제도란 기업이 받을 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환급해 주는 제도다. 납부할 세금보다 공제액이 크거나, 적자로 인해 납부할 세금이 없는 경우에도 공제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보전해주는 방식이다. 기존의 세액공제보다 기업 유동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 中 반도체 굴기…한국 D램기술 5년이 한계
한국 반도체의 강점인 D램 기술력 격차가 5년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재료공학부)는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의 2D 스케일링에 기반한 DRAM 성능 향상 추세가 향후 5년 내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D 스케일링이란 평면상 더 작은 크기의 부품을 집적하는 방식으로 D램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주로 활용됐지만, 최근 해당 방식의 개발이 한계에 가까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황 교수는 "향후 극자외선 노광장비(EUV)와 관련 기술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감소해 한국이 후발국가 대비 보유한 D램 분야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중국의 급격한 추격을 경계했다. 중국은 국가적 지원에 힘입어 메모리 반도체 분야 진출에 나서고 있는데, 이것이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큰 도전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는 "국내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더딘 발전과 메모리 분야 경쟁력 저하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장래에 불안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며 "국가적인 지원과 학계·산업계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 "반도체는 국가 안보와 직결"
전임 산업부 장관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국가 대항전이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대담에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원을 단순히 개별 기업에 대한 혜택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미국, 중국, 일본이 막대한 보조금 지원에 나선 것은 반도체가 단순한 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현대 군사 기술의 90% 이상이 반도체 기술에 의존하는 등 반도체 산업은 국가 안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력 수급 문제도 지적됐다.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반도체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기술인력, 자금력, 전력, 데이터 4가지 필수 조건"이라며 "2030년경에는 현재 발전용량의 50% 이상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최소 10GWh 전력이 필요하고,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전력수요만 49GWh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윤 전 장관은 "특별법 제정을 통해 지체되고 있는 송전망 건설을 조속히 완공하고, 신규 원전건설과 차세대 SMR(소형모듈원전) 조기 상용화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해야"
반도체 산업을 후방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재·부품·장비, 팹리스 등 반도체 산업과 연관된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윤모 전 산업부 장관은 "한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대해 경쟁국보다 빠른 속도로 양질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며 "팹리스 육성은 물론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창양 전 산업부 장관은 "AI 시대로 진입하면서 반도체 산업의 제품 수요와 기술 변화, 그리고 기업의 경쟁력 판도가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민간이 할 수 없는 인프라(전력·용수 등)와 인력 확보에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노력이 절실하다"고 정부 지원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직 장관들은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기술 한계와 후발국의 추격, 전력 수급 등 여러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더딘 발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메모리 분야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도시바와 인텔 사례는 한때 확고해 보이는 시장 지배력도 기술 혁신의 실패와 투자 또는 지원 실기로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교훈을 깊이 새기고, 기업의 혁신역량 강화와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 차원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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