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홍수에 폐허 된 도시…"세상 종말 온 듯"

입력 2024-11-01 10:33  



스페인 남동부를 덮친 홍수로 도로와 교량이 끊어지고 차량 수천 대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진흙탕에 처박힌 차량과 고립된 채 숨진 시신들이 방치되고, 상점 약탈이 이어지면서 치안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1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내린 기습 폭우의 집중 피해를 본 스페인 발렌시아의 도로와 철도가 심각한 수준으로 파손된 것으로 나타났다.

오스카르 푸엔테 스페인 교통부 장관은 발렌시아 3개 지하철 노선이 모두 폐쇄됐다면서 발렌시아와 수도 마드리드를 잇는 고속철도 끊겼다고 밝혔다.
마드리드까지 가는 고속철 노선은 심각한 훼손으로 앞으로 3주가량은 운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발렌시아 지역을 지나는 스페인의 주요 고속도로와 교량도 대부분 정상적인 차량 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침수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발렌시아의 주요 거리와 도로에서는 현재 수천 대에 이르는 승용차와 트럭들이 두꺼운 진흙탕에 처박혀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도로 침수가 시작될 때 미처 차량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진 사람들의 시신도 일부 차량에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발렌시아와 주변 지역에서는 물이 아파트 지상층으로 들어차 주민들이 고립되고, 대형 쇼핑센터나 요양보호 시설에서도 침수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침수 당시 절체절명의 순간에 대한 생존자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NYT에 따르면 디에고 에르난데스(56) 씨는 모친상을 당해 아내와 함께 차를 몰고 장례식장으로 가던 중 홍수와 맞닥뜨려 생사에 갈림길에 섰다가 겨우 버스 지붕에 올라가 목숨을 건졌다. 한동안 생사를 몰랐던 아내도 무사히 생존했다는 걸 알고 안도했다는 그는 당시 상황을 "세상의 종말 같았다"고 말했다.

재난으로 상점들이 폐쇄되자 발렌시아 지역에서는 약탈 행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스페인 경찰은 침수를 입은 상점가에서 벌인 약탈범 체포 작전에서 한꺼번에 39명을 검거하고 다량의 도난품을 회수했다.

당국은 약탈이 급증할 것에 대비해 치안력을 증원 배치하고 있다.

이재민에 대한 긴급지원금도 편성됐다.

이번 홍수의 이주민은 최소 6천유로(890만원)의 지원금을 지방정부에서 수급할 수 있다. 발렌시아 주 정부는 이번 대홍수 복구와 이재민 지원 긴급예산 2억5천만유로(3천700억원 상당)를 편성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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