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 등 간부와 직원 등 8명의 비위 혐의를 다수 발견했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공직복무점검단은 이날 체육회 직원 부정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예산 낭비(배임) 등의 비위 혐의 확인 결과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했다.
이 회장은 3가지 혐의(업무방해·금품수수·횡령)로 수사 의뢰 대상에 올랐다.
그는 국가대표선수촌의 훈련 관리 담당 직원으로 자기 딸의 대학 친구인 A씨를 부당 채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선수촌 고위 간부에게 이력서를 전하고, 국가대표 경력과 2급 전문스포츠지도자 자격 등의 자격 요건 완화를 여러 차례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격 요건 완화 시 연봉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내부 보고가 있었지만 이 회장이 묵살했고, 요건 완화를 반대하는 채용 부서장을 교체하기도 했다. 결국 요건이 완화된 후 채용 공고가 이뤄졌고 A씨는 32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최종 채용됐다.
이 회장의 승인하에 선수촌의 한 고위 간부는 일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제공할 물품 비용을 특정 종목 단체인 B 회장에게 대납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B 회장은 이 회장과 친분이 오래된 사이로, 올해 초 그가 이 회장에게 파리올림픽 관련 주요 직위를 맡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B 회장은 희망한 직위를 맡았고, 물품 구매 비용으로 약 8천만원을 대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 회장은 체육회 마케팅 수익 물품 중 휴대전화 20대 등 약 6천300만원의 물품을 회장실로 배당받아 배부 대장 등에 기록하지 않은 채 지인 등에게 무단으로 준 혐의도 받는다.
다른 부서에 배정된 3천500만원 상당의 신발·선글라스 후원 물품도 일방적으로 회장실로 가져와 1천600만원어치의 물품을 자신이 직접 사용하거나 방문객들에게 임의로 준 혐의도 있다.
이 밖에 체육회의 예산 부적정 관리와 낭비 실태도 이번 점검을 통해 드러났다. 체육회가 입장권을 선구매하고, 이후 필요 없게 된 입장권의 환불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선수촌의 한 고위 간부는 후원사에 연락해 4천705만원의 침구 세트 등을 후원받아 선수촌에 따로 보관하며 자의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점검단은 위법 사항은 아니더라도 규정 위반 등 부당한 업무 처리 혐의가 있는 11명(수사 의뢰 대상자와 7명 중복)에 대해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이첩하고 감사와 징계 등의 절차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이 회장은 체육회 직원들을 상대로 갑질까지 일삼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조실 서영석 공직복무관리관은 "다수의 체육회 직원은 체육회장이 상습적으로 욕설과 폭언을 해왔다고 진술했다"며 "부당한 지시에 대한 시정 필요성을 보고하는 과정에서 크게 화를 내며 1시간가량 욕설과 폭언을 반복해 공포스러웠다고 진술한 직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 회장이 지난달 24일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회피할 목적으로 예고 없이 선수촌을 방문하고, 폭탄주를 곁들인 식사를 한 점도 확인됐다.
이 회장은 총 98명으로 구성된 파리올림픽 참관단에 체육계와 관련 없는 지인 5명을 포함하도록 추천했다. 또 이들이 애초 계획에 없었던 관광 일정을 할 수 있도록 특혜까지 제공했다.
점검단은 이들 5명의 항공료(1인당 301만∼336만원)를 체육회가 대납했다는 의혹도 확인하려고 했지만 체육회가 협조를 하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
이 밖에 점검단은 체육회가 기획재정부 장관 승인 없이 수의계약 사유를 확대하는 쪽으로 규정을 개정해 105건(약 179억원)의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운영상의 여러 문제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파리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장소의 갑작스러운 변경에 따른 예산 낭비(약 700만원), 근무지 외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허위 증빙자료 작성을 통해 업추비 선결제 등도 드러났다.
그러나 체육회는 입장문을 내고 "조사 결과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파리 올림픽 이후 3개월에 걸쳐 감사를 동시다발적으로 받아왔고, 반복해서 조사받다 보니 국무조정실 자료 제출 요구에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면서 "이번 발표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을 비롯한 종목단체장 연임 심사를 이틀 앞두고 이뤄져 불법적인 선거 개입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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