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 뒀지만 사실상 '원칙 강요'
"IFRS17 제도 근본 원칙 사라져"
금융당국이 내놓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가이드라인 적용을 놓고 보험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금융위원회는 보험사들이 회계상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을 산출할 때 가이드라인인 원칙모형 외에 예외모형도 적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뒀지만, 금융감독원이 사실상 예외모형을 적용하지 못 하도록 경고를 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이세훈 수석부원장 주재로 '금리 하락기의 IFRS17 안정화 및 보험사 리스크관리' 간담회를 열고 앞서 보험개혁회의에서 내놓은 IFRS17 가이드라인 준수를 당부했다.
IFRS17는 보험사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회계제도로 국내에선 지난해부터 적용됐다. 보험사는 판매하는 상품의 특성상 향후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부채로 보는데, 이 부채를 실질 평가하기 위해 시장 금리 등의 환경을 반영해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다보니 보험사별로 회계상 이익이 제각각 반영된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금융위는 이 같은 '고무줄 회계이익'이 향후 보험사 부실, 장래 보험료 급증 등을 유발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4일 제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보험사들이 자의적 가정을 할 수 없도록 회계제도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고무줄 회계 논란의 중심에 있는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에 원칙모형을 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보험상품의 특성상 각사별로 경험통계 등 특수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정된 모형 내에서 감사보고서나 경영공시에 근거와 차이 등을 상세히 공시하는 경우 예외모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연착륙 할 수 있는 길도 열어뒀다.
하지만 이후 보험업계와 회계법인 관계자들이 소집된 간담회에서 금감원은 예외모형이 아닌 원칙모형을 준수하라는 사실상 경고를 날렸다. 이 자리에서 이 수석부원장은 "당장의 실적악화를 감추고자 예외모형을 선택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을 추정할 때 원칙모형이 아닌 예외모형을 적용하는 회사 중 원칙모형과의 계약서비스마진(CSM) 차이가 큰 회사는 2025년도 우선 검사대상 보험사로 선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회의 이후 보험업계는 혼란에 빠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위에선 필요한 경우 예외모형을 허용한다고 발표한 후 금감원에서 사실상 허용 불가 지침이 내려져 당혹스럽다"며 "당장 해지율을 보수적으로 잡게 되면 보험사들의 자본건전성 지표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IFRS17 제도의 근본 원칙은 자율성을 기반으로 각사별로 맞는 계리적 가정을 적용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내의 경우 잦은 제도 개편은 물론, 사실상 자율성은 사라지고 없는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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