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려아연이 보유한 이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에 대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안보상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에 인수가 가능하다. 경영권을 놓고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MKB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표 대결을 벌일 예정인 가운데 고려아연은 이를 '국가기간 기업 보호' 명분의 논거로 활용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전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고려아연이 신청한 특정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확인 통보했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정부가 특별 관리한다.
고려아연은 MBK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던 와중인 지난 9월 24일 산업부에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인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외국에 회사를 매각하기 어렵게 만들어 사모펀드 MBK의 사업 구상에 타격을 주고,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국가기간 기업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 강화를 위한 행보라고 관측했다.
물론 고려아연 보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인정됐다고 MBK연합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MBK파트너스는 자사가 '한국 토종 사모펀드'라며 일각에서 자신들을 '중국계 자본'으로 '마타도어(흑색선전)'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MBK가 고려아연 공개 매수에 활용한 바이아웃6호 펀드에서 중국계 자본 비중은 5% 안팎이다.
다만 MBK가 향후 국내가 아닌 중국 등 해외로 재매각을 해 이익을 실현하려 한다면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등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한다.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추진한 최대 2조5천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이 무산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이르면 연말 임시 주총에서 의결권 대결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현재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9.83%로 최윤범 회장과 우호 지분으로 추정되는 약 34.65%보다 5%포인트 이상 앞서지만, 양측 모두 과반 지분에는 미치지 못한다.
시장에서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7.48%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 등 다른 주요 주주들의 표심이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본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지분 구조상 열세에 처한 고려아연이 일반 주주 지지를 확보하는 데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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