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銀, 국민은행 이어 알뜰폰 진출
수백억 적자나도 '데이터 가치' 주목
"수익보다 공익적 가치 추구" 설명도
신한은행이 올해 사업 인가가 만료되는 배달플랫폼 '땡겨요'의 지속적인 적자에도 사업 연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배달플랫폼과 알뜰폰 등 비금융 사업에서 낮은 시장점유율과 적자에 고전하고 있지만, 사업 과정에서 획득하는 금융·비금융 데이터의 가치에 주목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로 혁신금융서비스 사업 인가가 종료되는 땡겨요의 정식 부수업무 전환을 금융위원회에 요청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20년 금융위로부터 2년 동안 땡겨요 운영을 승인받았다. 한차례 연장을 거친 땡겨요의 라이선스는 올해로 종료된다.
땡겨요가 금융위의 심사를 통과해 부수업무로 전환되면 신한은행은 앞으로 라이선스 연장 없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부수업무 전환의 사전절차인 '혁신금융서비스 규제개선 요청 신청서'를 당국에 제출했다.
땡겨요는 낮은 중개수수료와 빠른 정산서비스 등 '상생형 배달 플랫폼'을 표방해 출범했지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달의 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소수 플랫폼의 과점을 깨지 못한 결과 땡겨요의 시장 점유율은 1%대에 정체된 상태다. 재무적으로도 땡겨요는 매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서비스 출시 당시 집행된 투자금 200억원은 이미 고갈됐고, 이후에도 각종 마케팅 캠페인과 서비스 개발·운영 등에 투자된 비용을 고려하면 신한은행은 수백억원대 손실을 떠안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이 2019년 출시한 알뜰폰 서비스 'KB리브모바일'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리브모바일은 2019년 8억원, 2020년 140억원, 2021년 184억원, 2022년 160억원, 2023년 113억원의 적자를 올렸다.
5년간 1,25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동안 약 절반에 해당하는 605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시장점유율은 2022년 5.3%에서 2023년 4.8%로 역성장세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비금융 사업 지속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부수업무 전환을 승인받았고, 우리은행은 자체 알뜰폰 서비스 '우리WON모바일'에 대한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받아 올해 안으로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금융권에선 은행들이 비금융 사업에서 발생하는 재무적 이익이 아닌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땡겨요에 입점한 각종 요식업체와 자영업자들의 주문 내역, 앱 내 매출 등을 수집한다.
또한 땡겨요는 신한은행 어플인 '신한SOL' 내에 탑재돼, 기존에 알 수 없었던 은행 고객들의 소비 형태를 추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같은 데이터를 은행은 대출 심사와 금융상품 개발, 영업 전략 수립 등에 폭넓게 활용한다. 실제로 신한은행은 땡겨요를 기반으로 '라이더대출' '땡겨요 사업자 대출' 등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정치권과 규제당국에서 은행들이 손실을 감수하며 시장을 교란하고, 과도한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는 점은 불안요소로 꼽힌다. 개인정보위원회는 지난해 KB국민은행이 알뜰폰 회원을 모집하며 가입자 인터넷 접속정보 6억6000만건을 과도하게 수집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은행들은 이 같은 지적에 "땡겨요와 리브모바일 등이 수익성을 강조하지 않는 것은 태생적으로 지역공동체와 소비자, 자영업자 등과 상생하는 공생형 서비스를 모델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한다. 땡겨요가 서울, 부천, 부산 등 전국 21개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지역화폐 탑재, 지역 내 자영업자 지원 등을 진행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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