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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최악 카드는 피했다…재무장관 지명에 촉각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4-11-20 08:41  



미국 뉴욕증시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 격화 우려를 덜어내고 반등을 이어갔다. 하루 뒤 3분기 실적을 공개할 예정인 엔비디아가 4% 급등해 지수 전체 반등을 주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상무장관에 하워드 러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를 지명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덜어냈다.

현지시간 19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3.36포인트, 0.4% 오른 5,916.98포인트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엔비디아와 애플, 알파벳 등 기술주 반등으로 전날보다 195.66포인트, 1.04% 상승한 1만 8,987.47로 1만 9천선에 다시 근접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월마트의 깜짝 실적에도 헬스케어, 보험 섹터 약세로 인해 120.66포인트, 0.28% 밀린 4만 3,268.94에 장을 마감했다.

● 러-우 전쟁보다 트럼프…차기 재무장관 지명에 촉각

이날 오전까지 위험 자산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지정학 위기는 오래 가지 못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국제 금 12월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0.81% 오른 2,635.70달러로 올라섰다. 하락하던 일본 엔화는 달러대비 0.02% 소폭 반등해 1달러당 154.62엔을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17일 미국 육군전술미사일시스템(ATACMS, 에이태큼스)를 이용한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발사 허용 하루 만에 러시아에 대한 공습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는 국경에서 115km 떨어진 러시아 브랸스크 지역의 카라체프 마을 근처의 대규모 무기고를 표적으로 이번 공습을 단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러시아 국방부는 모두 6기의 미사일 가운데 5기는 격추하고, 나머지 1기는 일부 파손됐지만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국방부장관은 “미국이 없다면 첨단 미사일 발사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서방의 개입에 공개적인 거부감을 드러냈다.

러시아는 또한 이번 공습 이후 기존 핵무기 사용 조건을 대폭 완화하는 발표로 안전자산 가격을 밀어올렸다. 드리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명시된 것처럼 재래식 무기로 러시아 주권과 영토에 중대한 위협얼 하는 경우 핵무기를 사용하도록 했다”면서 “핵 보유국의 참전 또는 핵 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나라가 러시아를 공습시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사안의 위험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도 오전 약세로 출발했다.

차기 미 상무장관으로 지명된 하워드 루트닉(62세)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

이러한 시장 분위기는 오후들어 트럼프 내각의 윤곽이 추가로 드러난 뒤 상승세로 크게 돌아섰다. 트럼프 행정부 차기 내각 가운데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 되어 온 하워드 루트닉 캔터 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가 이날 상무부 장관으로 정식 지명을 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을 통해 “인수위원회 공동의장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효율적이고 정교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추켜세웠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하워드 루트닉을 재무장관으로 고려했으나, 월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인 스콧 베센트를 지지하는 내부 갈등으로 인해 인선 결과가 뒤집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이번 인선에 앞서 루트닉에 대해 “실제로 변화를 일으킬 인물”이라며 베센트는 “평범한 선택”이라고 공개적으로 루트닉을 지지해왔다.

이번 주 시장 영향력이 큰 지표 발표가 없는 가운데 월가는 트럼프의 차기 재무장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현재 유력한 인물로 케빈 월시(Kevin Warsh) 전 연준(Fed) 최연소 이사가 거론되고 있다. 당초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 창업자가 하마평에 올랐으나 역시 미정인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지명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케빈 월시 전 이사는 연준의 독립성을 옹호하고,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명해온 인사로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세운 관세 부과 등에서 이견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르네상스매크로 리서치의 닐 두다 책임은 “연준을 떠나기전 양적완화에 반대해온 강력한 매파”라며 의문을 표했다. 다만 연준의 움직임을 이해한 인물의 재무장관 지명시 향후 두 기관의 정책적인 보조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전망에 따라 이날 국채금리는 10년물 기준 전날보다 2.4bp 내린 4.39%로 진정세를 보였다.

이날 경제 지표는 10월 주택착공 건수가 연율 131만 1천 건으로 시장 예상치 134만 건보다 낮았고, 주택 허가건수도 141만 6천 건으로 예상보다 약 3만 건 가량 적었다. 주택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있는 가운데,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의 시장 회복을 기다리는 수요가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주택 시장이 더딘 회복을 보이면서 지난 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주택용품 유통 2위 업체 로우스는 이날 4.6% 급락했다.



● 증시 운명 달려있는 엔비디아 실적 D-1..월가는 "블랙웰 문제 없다"

미국 증시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종목인 엔비디아가 하루 뒤인 현지시간 20일 장 마감 이후 2025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실적에 대해 월가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주말 디 인포메이션지의 단독 보도로 알려진 엔비디아 블랙웰 가속기 72기를 장착한 NVL72 서버 과열 우려에도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를 비롯한 고객에 대한 납품 일정에 문제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엔비디아 목표가 190달러로 월가에서 두 번째고 높은 가격을 제시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왐시 모한 애널리스트는 “블랙웰 우려에도 수요 모멘텀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2026회계연도(내년 2월~2026년1월) 주당순이익을 5달러 이상으로 유지하려면 매출총이익률을 73~74%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전망했따.

에버코어ISI는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와 하이퍼스케일러의 자본지출이 이어지는 점을 감안해 시장수익률 상회 의견을 유지했고, 모건스탠리 역시 단기적인 가이던스 상향이 예상된다며 비중확대와 목표가 160달러를 제시했다. 스티펠과 제프리스, 오펜하이머 등도 주당 180달러 안팎의 목표가를 냈다. 이번 3분기 호퍼 아키텍처와 블랙웰 기반 수요가 교차하는 전환기를 지나면 AI 가속기 시장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가이던스 상향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기술주를 제외하고 이날 미 기업 가운데 지수 영향력이 가장 컸던 종목은 월마트다.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부 장관 지명 이후 헬스케어, 보험 관련 섹터가 약세를 이어간 가운데 다우지수를 지지했다. 월마트는 소비 둔화, 인플레이션 등 올해 내내 불거진 각종 우려를 딛고 상품 부문 매출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월마트가 공개한 3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5.5% 증가한 1,696억 달러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고, 일회성 요인을 뺀 조정 주당순익은 58센트로 예상치 53센트를 상회했다. 유통 기업의 주요 경영지표인 동일매장 매출은 전년대비 5.3% 성장해 예상치 3.8%를 웃돌았다.

북미 기반이지만 월마트의 인터내셔널 부문은 중국을 포함한 시장에서 8% 성장하고, 전체 전자상거래 매출액이 전년대비 22% 고성장하는 등 주요 부문이 견고한 성적을 거뒀다. 월마트는 이를 반영해 이번 연도 연간 순매출 성장 예상치를 기존 3.75~4.75%에서 4.8~5.1%로 대폭 상향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최고재무책임은 “식료품을 제외한 일반 상품 판매가 두 분기 연속 성장했다”고 실적 증가 배경을 밝혔다. 미국 소비자들은 인플레이션을 의식해 가성비 소비를 하면서도 이번 홀리데이 시즌에 소비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월마트플러스를 통한 구독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추가 비용 지불에도 3시간 거리 배송 서비스 이용을 늘리는 등 이커머스 부문 거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실적과 전망치 발표로 인해 월마트는 하루 3% 강세로 마감했다.

아크 이노베이션 ETF의 연도별 성과 추이 (출처:ARK INVEST)

테슬라는 캐시 우드가 이끄는 아크 이노베이션 상장지수펀드(ARKK)의 일부 지분 처분 소식에도 2.14% 뛰었다. 앞서 아크 인베스트먼트는 전날 약 3만 939주의 테슬라 지분을 매도한 사실을 공개했다. 이번 처분에도 해당 ETF가 보유한 테슬라 지분은 약 15.33%에 달한다.

대형 기술주를 제외한 종목 가운데 변동성이 가장 컸던 종목은 AI 서버 수요로 혜택을 봤던 슈퍼마이크로컴퓨터다. 슈퍼마이크로 컴퓨터는 상반기(10-K), 반기(10-Q) 보고서 미체출로 인한 회계 부정 의혹으로 급락했으나, 전날 저녁 나스닥 상장 요건을 가까스로 채워 주가 반등을 만들어냈다. 찰스 리앙 최고경영자는 언스트앤영(EY)을 대신할 독립 감사인에 BDO를 지정했다고 밝혔다. 나스닥은 슈퍼마이크로컴퓨터가 제출한 상반기, 분기 재무제표를 포함한 보고서 작성에 대해 최대 5주간 심사를 거쳐 상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주까지 고점 대비 70% 넘게 하락했던 주가는 이번 발표로 하루 30% 폭등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갔다. 미국 세무 회계 프로그램 제공업체인 인튜이트가 트럼프 정부의 무료 세무 신고앱 제공 계획이 알려진 뒤 5% 가량 내렸고, AI에 기반한 에너지 수요 증가 기대로 GE버노바와 비스트로 에너지가 각각 4.5%, 5.6% 강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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