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경영진과 노동자 대표단이 21일(현지시간) 독일 현지 공장에서의 대규모 파업 가능성을 앞두고 세 번째 임금 협상에 돌입했다. 합의 시한이 열흘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협상은 폭스바겐의 독일 직원 약 30만 명 중 별도 임금 협약을 적용받는 12만 명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은 폭스바겐의 독일 내 6개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중국발 저가 경쟁과 유럽 내 자동차 수요 감소로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해 수익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며, 임금 10%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비용 절감 방안의 일환으로 독일 내 공장 폐쇄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폭스바겐의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 공장을 폐쇄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는 유럽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인 폭스바겐을 넘어 독일 제조업 강국의 위상에 대한 우려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2024년 2월로 예정된 독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경제 성과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는 전날 협상에서 성과급을 2년간 포기하고, 생산성이 낮은 사업부의 근로시간을 임시로 줄이기 위한 자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자금은 대규모 해고를 피하고 약 15억 유로(약 2조 1,000억 원)를 절감하기 위한 조치로, 직원들의 임금을 5.5% 인상해 해당 인상분을 자금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노조는 이를 통해 수익성이 낮은 사업부의 과잉 인력을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 같은 제안은 경영진이 공장 폐쇄를 철회해야만 가능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폭스바겐은 공장 폐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IG 메탈 노조의 협상 대표인 토르스텐 그뢰거는 “우리는 오늘 협상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양보안을 제시했다. 이제 폭스바겐 경영진이 우리와 같은 건설적인 태도를 보여줄 차례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큰 걸음을 내디뎠다. 이제 상대측도 큰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며 폭스바겐의 공장 폐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태도를 비판했다.
노조는 크리스마스 전까지 협상이 타결되기 위해서는 폭스바겐 측의 대폭적인 양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폭스바겐은 비용 절감을 위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의 합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국경제TV 글로벌콘텐츠부 엄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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