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 10곳 가운데 7곳의 순이익이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8일 해외 투자 정보 채널 원리포트에 따르면 생성형AI 성장으로 7개 반도체 회사의 순이익 합계가 1년 전보다 38% 증가한 304억달러로 집계됐다. 다만, 10대 반도체 기업 중 미국 인텔,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3개 기업 실적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엔비디아의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배 증가한 193억 달러로 전체 순이익의 63%를 차지했다. 엔비디아는 AI 학습과 추론에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데이터센터용 매출은 2배 이상 증가했으며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했다.
GPU 시장 점유율 2위인 AMD도 순이익이 2.6배 증가했다.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실적 발표에서 "지속적인 컴퓨팅 수요 증가로 2024회계연도 실적은 역대 최고치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고속 대용량 메모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도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 제품이 2025년 생산분까지 매진됐다고 밝혔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는 "PC용 범용 메모리 수요는 감소했지만 HBM 시장 점유율은 확대됐다"고 말했다.
HBM 시장 점유율 2위인 삼성전자도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엔비디아와 AMD로부터 반도체 제조를 위탁받는 대만 TSMC는 AI 반도체 조립 기술을 강점으로 사상 최대 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자동차와 산업용 기기,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범용 반도체 수요는 부진했다. 중국 경기 회복 지연과 유럽과 미국의 전기차 판매 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에 의하면 올해 반도체 판매 규모는 전년 대비 16% 증가한 6112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7~9월 공장 가동률은 약 60~7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엔비디아를 제외한 9개사의 순이익 합계는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했다. 인텔은 PC용 중앙처리장치 수요 둔화와 2021년 시작한 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의 수익화 지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자동차와 산업용 반도체 부진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 TI의 하비브 일란(Haviv Ilan) CEO는 실적 발표에서 "중국 외 자동차 시장에서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ST마이크로는 전기차의 전압 제어용 반도체 수요 감소로 4년 만에 최저 수준의 이익을 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나미카와 아키라 연구원은 "범용 반도체 수요는 2025년 이후 폭넓게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분기(10~12월)에도 AI 관련 수요는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며 10대 반도체 기업의 순이익 합계는 전년 동기 대비 약 60%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나미카와 연구원은 "올해 AI 서버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50% 증가하겠지만 2025년 이후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전력 공급 부족 등으로 데이터센터 투자가 둔화될 경우 실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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