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고 안 먹어서 포기…"올핸 안 하겠다"

입력 2024-11-30 07:08   수정 2024-11-30 07:17



인천에 사는 직장인 이모(38)씨는 김장을 올해 하지 않기로 했다. 본가에서 고되게 담근 김치를 가져와도 잘 먹지도 않는데다 연로한 부모님이 힘에 부쳐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부모님께 '앞으로는 김치를 사서 드시라'고 용돈을 조금 더 드렸다"고 말했다.

김장철이 돌아왔지만, 직접 김치를 담그는 집은 줄었다. 올해 재룟값이 널을 뛴데다 식생활 다변화로 김치 소비량이 크게 감소해 김장을 하더라도 먹을만큼 아주 적게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지난달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소비자 550명을 조사해 발표한 '2024년 김장 의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5.6%가 김장을 할 의향이 작년보다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42.1%가 비용 부담을 꼽았다. 4인 가족 기준 김장 예상 규모도 18.5포기로, 작년의 19.9포기에서 줄었다.

올해는 폭염과 가뭄 영향으로 배추 소매가격이 한 때 1만원대까지 치솟았다. 이후 가을배추가 출하되며 가격은 내렸지만 지난 27∼28일 중부지방에 내린 기록적 폭설로 또 도매가가 오를 기미를 보인다.

'김장 노동' 자체가 불만스러워 김치를 담그지 않기로 한 집도 있다. 직장인 이모(25)씨는 "항상 일을 하는 것은 할머니와 엄마뿐"이라며 "결국 '여자만 고생하는 건 불공평하다'는 말이 나와 김장을 안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장을 두고 고부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한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김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전통적인 가족의 유대감이 옅어진다는 불만도 나온다.

전업주부 이모(68)씨는 "명절이 아니고서야 김장할 때나 아들, 딸 얼굴을 보는 데 다들 '힘들다', '못 온다'고 하니 서운하다"고 말했다. 김모(65)씨는 "혼자 몇포기라도 담그려 한다. 식당에 중국산 김치만 나오는데, 아들과 손주에게는 그래도 직접 한 김치를 먹여야지 않겠나"라고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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