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규제 강도 약해지나…미 반도체 장비주 숨통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4-11-30 08:20  



미국 뉴욕 증시가 추수감사절로 인한 한산한 거래에도 반도체주 강세에 힘이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적 발표 이후 조정을 받던 엔비디아를 비롯해 ASML 등 장비 업체 주가가 뛰었고, 은행주와 유통주 등으로 시장 전반이 안정적 흐름을 이어갔다.

현지시간 2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3.64포인트, 0.56% 오른 6,032.38,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88.59포인트, 0.42% 오른 4만 4,910.65로 거래를 마쳤다. 다우지수는 이날 사상 처음 4만 5천선을 바짝 돌파했으나 오전 장 마감 직전 상승분을 일부 내줬고, S&P500도 6,044.17을 기록한 뒤 다소 조정을 받았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이날 157.69포인트 0.83% 올라 11월 초 기록한 최고치(1만 9,366.07)에 약 150포인트차로 다가섰다.

추수감사절 연휴로 이날 오후 1시에 거래를 마친 뉴욕 증시를 밀어올린 것은 전날 블룸버그가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이든 정부의 중국 반도체 규제 수위 조절 가능성이다. 해당 보도에서 미 상무부는 무역 제한 목록에 중국 화웨이 등 6개 업체를 포함하지만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장비 개발과 연관한 최소한의 기업만 제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과 네덜란드 등 동맹국들에 해외직접 생산 규칙(FDPR, Foreign Direct Product Rules) 등을 강제려던 조치가 반발을 불러온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미국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들도 같은 사안으로 수출로 인한 이익 훼손 우려를 제기해왔다. 중국의 반도체 규제 수위가 조절될 수 있다는 기대로 이날 램리서치가 3.4%,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1.97%, KLA는 2.43% 뛰었고, 극자외선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ASML도 2.76%로 반등을 보였다. 엔비디아(2.15%) 등 주요 반도체 기업 주가도 반등하면서 이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전날보다 1.52% 올라 4,926선을 회복했다.



태양광 부품 생산업체들도 미 정부 규제로 인한 반사이익 기대로 강세를 보였다. 인베스코의 태양광 상장지수펀드(TAN)이 1.2%, 퍼스트솔라는 3.27% 올랐다. 미 상무부는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4개국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셀에 최대 271%의 관세를 부과하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이는 퍼스트솔라와 한화큐셀USA 등 4개 사로 구성된 미국 태양광 제조 무역 위원회가 지난 4월 중국 업체들의 반덤핑으로 인한 피해를 주장한 것에 따른 후속 조치다. 이번 결정에 따라 베트남 업체 가운데 상무부 지정 업체는 53.19~56.4%, 미 지정 업체는 271%의 관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번 제재 대상이 된 동남아 업체들은 미국 수입 태양광 패널의 80%를 전담하고 있다.

대형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는 바이든 정부 임기 막판까지 이어지고 있다. 퇴임 한 달여를 남겨 둔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은 떠나기 직전 서명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승인했다. 이번 결정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이버 보안 프로그램 운영과 AI 사업 전반에 대한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됐다. 해당 결정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미 정부 계약업체로서의 지위 악용 여부, 외부 클라우드 업체의 데이터 이전 과정의 징벌적인 수수료 부과 등에 대한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이미 미국 정부와의 싸움을 치른 마이크로스프트에게는 ‘짖는 소리에 가깝다’며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의문과 조사는 이어지겠지만, 리나 칸 시대의 종식만으로도 기업들에게는 좋은 소식”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런 가운데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에 따르면 차기 FTC 위원장 자리에는 JD밴스 부통령의 측근으로 반독점 옹호론자가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전 세계 정부의 미성년자에 대한 규제 강화의 물결에 부닥쳤다. 호주 의회는 이날 새벽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소셜미디어 사용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 전날 밤 상원에서 찬성 34표(반대 19표)를 얻은 해당 법안은 하원에서 찬성 102표대 반대 13표로 압도적 차이로 가결됐다. 앤서니 알버니지 총리는 “플랫폼은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보장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은 세계 최초로 소셜미디어에 대한 미성년자 가입을 규제한 법안으로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하지만 세부 플랫폼에서 유튜브와 왓츠앱이 배제되었고, 세부 시행 일정이 마련되지 않는 등 향후 1년간 법안의 적용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규제 확대 소식에도 이날 스냅은 1.72%, 메타는 0.9% 상승했다.

테크 크런치 등에 따르면 메타는 초기 20억 달러(약 2조 8천억 원 규모)의 해상 케이블 구축을 준비하고 있고, 데이터 용량과 경로에 따라 최대 100억 달러까지 투자액이 늘어날 전망이다. 해당 케이블은 미 동부 해안에서 남아프리카와 인도, 호주, 미 서부해안을 잇는 형태로 향후 메타 플랫폼의 AI 콘텐츠 유통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게 된다.

개별 기업 중엔 해즈브로가 일론 머스크의 트윗 영향으로 1.97%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전날 “헤즈브로는 얼마인가”라는 글을 자신의 소셜미디어 X 계정에 올려 인수설에 불을 붙였다. 장난감, 콘텐츠 유통사인 헤즈브로는 테이블탑 롤플레잉게임의 시초인 던전앤드래곤의 저작권을 보유한 업체로도 알려져있다. 머스크는 지난 27일에도 “xAI에서 AI 기반 게임 스튜디오를 만들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12월 연말을 앞두고 월가에서는 연말 랠리 가능성과 내년 시장 상승 전망에 대한 보고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톰리 펀드 스트랫 창업자는 “10월 근원 PCE 지표는 보이는 것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훨씬 약한 상황”이라며 “잡지 등 이례적 항목을 제외하면 연간 환산 2.5%로 연준(Fed)의 목표치 2%를 향해 나아가는 좋은 흐름에 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인플레이션 보고서로 추수감사절 랠리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다”며 S&P500 지수는 6,30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의 스콧 럽너 전략 스페셜리스트는 2017년 트럼프 정부 1기 당시의 시기와 현재를 비교해 “동물적 충동과 계절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럽너 전략가는 “월스트리트 트레이더들이 추수감사절 연휴에서 돌아온 뒤 12월 마지막 2주차부터 내년 1월 첫 주간 강한 랠리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가 관리하는 초고액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가 1월 대거 조정될 가능성이 있고, 사상 최고치인 7조 8천억 달러 규모의 머니마켓펀드에서 약 3%의 자금이 이동하면 주식 시장의 상승을 뒷받침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가오는 12월 첫 일주일은 고용지표에 따라 시장 변화가 나타날 전망이다. 오는 3일 미 노동부가 집계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 이튿날 ADP의 민간 일자리수가 나오고 6일 비농업 일자리수와 실업률이 공개된다. 내달 18일 미 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성명서 발표 전 마지막 고용 보고서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선물 시장을 바탕으로 집계한 12월 기준금리 인하 확률은 이날 66%를 기록 중이다. 이런 전망 속에 미 달러화는 이날 0.36% 악세를 보였고, 10년물 미 국채금리는 6.4bp 내린 4.178%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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