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전쟁·트럼프까지…시리아 내전 '중대 기로'

입력 2024-11-30 17:44  


시리아 내전이 중대한 기로를 맞았다. 이란과 러시아의 도움을 받은 정부군의 승리가 굳어지던 전황이 글로벌 지정학 급변에 편승한 반군의 예상치 못한 진격으로 다시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은 이날까지 기습 공격을 통해 8년 만에 다시 알레포 일부 지역을 손에 넣었다고 보도했다.

알레포는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의 상징과 같은 도시다. 북서부 제2의 도시이자 2011년 '아랍의 봄' 여파로 내전이 벌어진 이후 2012년 반군이 점령한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시리아 반군은 러시아군과 정부군의 합동 공격에 2016년 알레포를 내줘야 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은 이번 공격으로 알레포의 대부분을 탈환했다.

월스트리저널(WSJ)은 반군의 이런 기세가 14년째 이어져 온 내전에서 수년 만에 가장 주요한 변곡점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반군의 이번 공격이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권을 비호하는 세력이 대내외적 압박을 받는 시점에 이뤄졌다는 데 주목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거의 모든 군사 자원을 쏟아부으면서 소모전에 힘겨운 기색을 노출하고 있다. 또 이른바 '저항의 축'으로 불리는 이란과 중동 내 대리세력은 이스라엘의 끊임없는 공격에 대응하느라 여력이 소진된 상태다.

특히 시리아를 해외 거점으로 두고 이란의 영향력을 투사하던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빈사상태에 빠졌다.

시리아 반군의 대반격이 미국이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을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부터 이란에 적대적이었고 쿠르드족 민병대 등 시리아 내 친미 성향의 반군을 지원한 이력이 있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CG)의 다린 칼리파 선임고문은 이런 상황을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으로 표현하며 반군이 공세를 개시하기로 한 것은 이런 국제 정세의 역학 관계가 큰 역할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군에서는 결전을 각오했다는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러시아와 시아파 이슬람 종주국인 이란은 2011년 내전 발발 이후 알아사드 정권을 보호해왔고 미국은 친서방 반군을 지원해왔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번 반격을 이끈 반군은 과거 국제테러단체 알카에다와 연계된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으로 전해진다. 이번 공격에 튀르키예가 지원하는 반군도 가세했다는 정보도 시리아인권관측소 등에서 나오고 있다.

알아사드 정권은 부친인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 때부터 50년 넘게 독재해온 세습 정권이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 내전 중에 화학무기까지 써가며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러시아, 튀르키예, 헤즈볼라, 쿠르드 민병대,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까지 가세하며 5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은 국제전이다.

시리아 내전은 한때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듯했지만 반군의 기습과 함께 다시 분쟁의 수위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시리아 전문 자문회사 대표인 카람 샤르는 반군이 드론과 같은 신무기를 도입한 것이 반격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알레포 장악이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 작전은 알레포를 손에 넣고 정권이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인도주의사무국은 최근 며칠간 시리아 알레포와 이들리브 지역에서 최소 125건의 포격과 공습 등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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