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를 주도한 인물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한 후 사의를 표명했지만, 이후 계엄이 정당하다고 여기는 듯한 언행을 보였다.
김 장관은 사의를 표명한 4일 밤 속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이라는 문자 메시지로 답했다.
이는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신조탑에 새겨진 사관생도 신조들 가운데 '우리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는 세 번째 항의 일부다.
내란죄 논란과 대통령 탄핵 소추로까지 번진 계엄 사태가 험난할지언정 정의로운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앞서 국방부 대변인실을 통해 "본인은 비상계엄과 관련한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밝혔다. 또 "국민들께 혼란을 드리고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그는 육사 38기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전격 선포한 비상계엄을 실행에 옮긴 인물들인 '육사 4인방' 중 제일 선배다.
계엄을 직접 대통령에게 건의한 김 장관을 비롯해 계엄사령관 직을 맡았던 박안수(대장) 육군참모총장이 46기, 계엄군 병력이 차출된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곽종근(중장) 사령관이 47기, 수도방위사령부의 이진우(중장) 사령관이 48기다.
실제 병력을 투입한 특전사 제1공수여단 이상현(준장) 여단장은 50기, 3공수여단 김정근(준장) 여단장은 52기, 707특임단 김현태(대령) 단장은 57기로 역시 모두 육사 출신이다.
계엄 사태는 현역 군 서열 1위이자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김명수 합참의장조차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야 상황을 파악했을 정도로 '육사만의 리그' 속에서 이뤄졌다.
김 장관은 충암고 7회 졸업생으로 윤 대통령의 1년 선배다. 계엄이 진행됐더라면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을 여인형(중장) 방첩사령관은 김 장관의 충암고 10년 후배이며 육사 48기다.
그는 그간 충암파가 국정을 좌우하고 군을 장악해 계엄을 일으키려 한다는 의혹 제기에 "충암고 출신 장성은 4명뿐"이라며 일축해왔지만, 선배와 실제로 계엄에 나서면서 의혹은 현실이 됐다.
김 장관은 대통령의 말에 절대 토를 달지 않는 이른바 '예스맨'으로 청와대이전TF 부팀장, 경호처장 등을 지내며 승진가도를 달렸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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