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으로 시작된 정치권의 진통이 날로 심해지며 건설업계가 보내고 있는 겨울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경제적 리스크가 부각되며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고 있어서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오후 3시 기준 원달러환율은 1,415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1,440원대까지 치솟았다 일정 부분 안정화된 것이다.
● 건설업계 고환율 '직격탄'…실적 악화 불가피
다만 이조차도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고환율은 철근, 콘크리트 등 원자재값 상승을 유발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변동은 철근, 형틀 등 수입 자재의 가격을 올릴 뿐만 아니라 유가와 전기료, 중장비 운영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부연했다.
급등한 공사비로 전국 곳곳의 주택·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의 마진이 떨어지고, 정비사업장에서의 갈등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사들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실제 대우건설의 경우 지난 4일 김보현 대표이사 내정자 주재로 비상대응회의를 열었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비상경영회의까지는 아니어도 환율 변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화 자산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앞으로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경우 원달러 환율의 상방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짚었다.
● 탄핵 정국에 신뢰도 '뚝'…멀어지는 해외 수주
문제는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이어지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안은 이날 새벽 국회 본회의에 보고됐다. 범야권 6개 정당, 191명의 의원이 발의에 참여했다.
해외로부터 국가 신뢰도가 떨어지면 건설업계가 더 깊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 것이란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신용 평가 시 해당국의 내란이나 정쟁 등을 엄격히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3분기까지 국내 297개 건설사는 해외 90개국에서 211억1천만 달러의 수주고를 쌓았다. 이는 전년 대비 10.3% 감소한 수치다. 일감이 이미 부족한 상황에서 실적 개선은 요원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 지역의 종전 등 국제 정세가 점점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재건사업에서 우리 건설사들은 배제될 수도 있다"며 "기술력이 아무리 좋더라도 일을 맡기기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사회불안이 건설업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국가 신인도가 떨어지게 되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이는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부동산 시장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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